학교폭력 소송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에 이르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의뢰인인 피해자 유족에 9000만 원 지급을 약속한 각서의 효력을 다시 판단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심에서 인정한 65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에 더해, 해당 각서에 따라 권 변호사가 유족에 추가 약정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29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인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양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5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이 씨는 2012년 박 양을 괴롭힌 중학교 친구의 페이스북 게시글과 단체 채팅방 욕설 행위, 고등학교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 등을 문제 삼아 이들 부모와 각 학교 교직원, 서울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학부모에 대한 청구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이 씨는 이에 항소했지만 권 변호사가 항소심 변론기일에 3회 연속 출석하지 않으며 자동으로 항소가 취하됐고, 1심에서 유일하게 승소한 부분도 2심에서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 집단으로 따돌렸거나 괴롭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2022년 11월 기각됐다.
권 변호사는 이를 2023년 3월 이 씨에 알렸지만, 이미 2심 판결이 확정된 뒤였다. 권 변호사는 본인 책임을 인정하며 이 씨에 ‘2023년 말까지 3000만 원, 2024년 말까지 3000만 원, 2025년 말까지 3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행 각서를 작성했다. 이 씨는 같은 해 4월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등에 2억 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권 변호사에게 ‘3회 불출석으로 인한 항소 취하 간주’, ‘2심 판결 미고지로 인한 상고기간 도과’와 관련해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이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원고 입장에서 둘째 딸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 책임을 묻고자 6년간 이어온 소송이 소송대리인 잘못으로 허망하게 끝나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다만 “관련 민사사건에서 승소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본안 민사사건 승소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권 변호사가 지급해야 할 배상액을 6500만 원으로 늘렸다. 법무법인에도 항소심 수임료의 절반인 220만 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항소심 쟁점으로 추가된 ‘이행 각서에 따른 약정금 지급’에 대해선 “언론 기사화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했는데 결국 보도됐다”며 각서의 효력이 없다고 봤다. 권 변호사 등이 상고하지 않아 최소 배상액은 6500만 원으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행 각서에 약정금 지급 조건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지급 조건을 이행 각서 내용으로 하기로 원고와 합의했음에도 이를 이행 각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언론 보도를 이유로 각서 효력이 없어졌다고 본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나머지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이 씨 상고가 기각되며 확정됐다.
한편 이 씨는 본안 민사사건 항소심 법원에도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6월 24일에 변론 재개 여부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