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호수의 ‘자연 정화 능력’도 갉아먹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7일 11시 43분


겨울 혼합기 짧아져 질소 제거량 줄어
걸러지지 못한 질소, 바다로 흘러들어
해안 녹조-산소 결핍 ‘데드 존’ 만들어

기후 온난화가 자연적인 질소 흡수원인 호수의 필터링 기능을 약화시켜 하류 생태계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스위스 바젤 대학교 연구팀의 대상지, 발데크 호수 전경.  프로 나투라 루체른 제공
기후 온난화가 자연적인 질소 흡수원인 호수의 필터링 기능을 약화시켜 하류 생태계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스위스 바젤 대학교 연구팀의 대상지, 발데크 호수 전경. 프로 나투라 루체른 제공


기후변화가 지구온난화나 해수면 상승에 그치지 않고 호수의 자연정화 기능까지 약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바젤대와 수생과학기술연방연구소(Eawag) 주도의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발데크 호수(면적 5.3㎢)를 대상으로 계절별 탈질(脫窒) 활동을 분석했다. 탈질은 미생물이 물속 질산염·암모니아 등 질소 화합물을 질소 가스로 바꿔 대기 중으로 내보내는 자연정화 과정으로, 내륙 수역에서 이뤄지는 자연 질소 제거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분석 결과 수층(水層)이 위아래로 완전히 뒤섞이는 겨울 혼합기에는 탈질 작용이 여름철보다 약 50% 더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이 겨울 혼합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최악의 온난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자 혼합기는 약 27일 단축되고 탈질량도 그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호수에서 걸러지지 못한 질소는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 해안 지역에 녹조와 산소 결핍 구역인 ‘데드존(dead zone)’을 만들 수 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캐머런 칼벡 바젤대 박사는 “호수의 질소 제거 능력은 계절에 크게 좌우되는데, 기후변화가 이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호수에서 처리되지 못한 질소는 하천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 해안 지역 녹조와 산소 결핍 ‘데드존(dead zone)’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겨울철 탈질이 활발해지는 원인으로 새로운 미생물 협력 체계도 찾아냈다. 특정 박테리아가 동물성 플랑크톤 껍질 등에서 나온 키틴을 분해하면, 이때 발생한 유기물이 탈질균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이 과정이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 생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필 계획이다.

이번 논문의 책임 저자인 모리츠 레만 바젤대 교수는 “호수의 계절적 혼합 리듬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조차 호수 단위는 물론 전 지구적 질소 순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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