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경남은행이 지난달 이사회 의장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이사를 선임한 일이 지역에서 화제가 됐다.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으면서도 보수적 색채가 짙은 은행권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의장에 여성을 선택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던 것. 금융지주를 제외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여성이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은 2024년부터 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해 온 권희경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경남도와 창원시 양성평등위원을 맡아온 권 교수는 지역사회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인물로 학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신망도 두텁다. 권 교수는 “상위 의사결정 구조로 갈수록 여성의 비중이 작아지는 금융권의 현실 등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부의 유리천장을 뚫은 권 교수는 정작 자신을 더욱 필요로 하는 대학 내부에선 유리 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회과학대학장 공모 전 단과대학 교수 선호도 투표에서 100% 지지로 최초의 여성 학장 후보가 됐지만, 면접에서 ‘미흡’ 판단을 받고 임명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재공모에 지원하면서 왜 미흡한지 사유를 알려달라는 요청도 묵살됐다고 한다. 대학 본부에 정보공개까지 청구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첫 여성 학장은 탄생하지 못했고, 이번 학기 내내 사회과학대학장 자리는 직무대리 체제다.
권 교수가 학장으로 임명되지 못한 건 여성이어서일까,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이유는 불분명하다. 권 교수에게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대학 본부도 미임명 과정의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내에선 현 집행부가 권 교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권 교수는 총장의 독선 견제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출범한 교수노조에서 집행부를 맡고 있다. 총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교수노조와 교수회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집단으로 여기고 있는 반면 교수노조는 집행부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으며 갈등의 골이 깊다.
어떤 조직이든 갈등은 존재한다. 집행부도, 교수노조도 각자의 입장이 더 합리적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포용할 줄 알아야 하고, 권한을 위임받은 쪽이라면 더 품이 넓어야 한다. 학내외에서 두루 신망받으며 외부의 유리천장을 뚫은 중견 교수가 정작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선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집행부의 입김 때문이란 오해는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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