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나 기업, 시민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가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협력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입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내는 생생한 현장을 소개합니다.
굿네이버스 희망나눔꿈지원사업에 참여한 아동들이 직업체험 소감을 작성하는 모습/ 출처_굿네이버스 제공
● “필요한 것을 말해도 될까요”···꿈보다 생계가 먼저였던 설이
“새로운 가방을 매고 학교에 가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꿈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설이(가명·12세)가 손편지에 적어 내려간 이 짧은 문장은 한 아이의 일상에 찾아온 작은 변화를 보여준다.
설이의 가족은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장기입원으로 가정의 생계가 흔들렸고, 프리랜서로 일하던 어머니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오빠의 교육비까지 더해지면서 설이를 위한 준비는 늘 뒤로 밀렸다.
설이는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어 필요한 것을 부모에게 쉽게 말하지 못했다. 학용품 하나를 고르는 일조차 조심스러웠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에만 담아두는 경우가 많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교 숙제는 빠짐없이 해냈지만, 자신의 꿈은 점점 멀게 느껴졌다.
어린이날을 앞둔 지금, 설이에게도 이 시기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선물과 놀이로 기억되는 날이지만, 설이에게 어린이날은 ‘필요한 것을 말해도 괜찮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날 축제가 열리고 웃음소리가 넘쳐나지만, 모든 아이에게 이날이 설렘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아이들에게는 새 학용품 하나를 마련하는 일조차 부담이 되는 현실 속에서 ‘꿈’이라는 단어가 막연하게 느껴진다.
● 소득이 갈라놓은 꿈의 출발선
위기가정의 아동이 충분한 교육 경험과 진로 탐색 기회를 얻지 못하면, 성장 기회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인다. 보건복지부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비수급가구 아동의 86.1%가 상급학교 진학 의사를 밝혔지만, 수급가구 아동은 70.0%로 16.1%p 낮게 나타났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와 저소득 가구에서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국가데이터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일 경우 66만 2천 원을 지출한 반면,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는 19만 2천 원에 그쳐 3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다. 사교육뿐 아니라 진로 체험과 같은 비교과 경험 역시 경제적 여건에 따라 접근성이 크게 달라진다.
굿네이버스 꿈지원단(대학생)과의 만남/ 출처_굿네이버스 제공 ● 꿈지원단과 함께하는 진로 탐색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아동의 꿈을 ‘가능한 이야기’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는 기업과 지역사회, 다양한 직업인 네트워크와 함께 아동의 성장과 미래를 지원하는 협력 모델을 확대해 왔다. 대표적인 사업은 ‘희망나눔꿈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1년부터 6년간 이어지고 있다. 위기가정 아동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여러 주체가 협력해 교육 불평등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참여 아동 550명에게 장학금이 지원됐다. 장학금은 학습 준비를 위한 기본 물품 구입뿐 아니라 직업·진로 탐색 등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활용됐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아동들은 진로 탐색부터 다양성 이해, 권리와 책임에 대한 학습까지 단계적으로 경험하며 자신의 가능성과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 학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가방과 학용품, 학습 준비물로 구성된 물품 키트도 제공됐다. 새 가방과 필기구, 기본 학습용품은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보다 안정적으로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꿈지원단’이다. 꿈지원단은 각자의 길을 걸어온 어른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아동과 직접 만나 직업 이야기와 삶의 경험을 나누며,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설계하도록 돕는다.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멘토 역할을 한다.
지역 상황과 아동의 욕구를 반영한 활동도 운영됐다. 지난해에는 324명의 전문 직업인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만나 현실적인 조언과 격려를 전했다. 현장 견학, 진로 특강, 각종 직업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왔다.
한화비전 임직원과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들이 함께한 ‘캠크닉’/ 출처_굿네이버스 제공 ● 기업이 함께하자, 아이들의 하루가 달라졌다
꿈지원단 협력 모델은 다양한 기업 참여를 통해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한화비전과 함께 성남시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을 대상으로 문화체험 및 신학기 지원사업 ‘내가 그린 vision’을 진행해 왔다. 3년째 이어진 이 사업은 가방과 학용품 등 신학기 물품을 지원해 아동들이 학교생활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화비전 임직원이 함께한 ‘캠크닉(캠핑과 피크닉)’ 문화체험은 아동들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했다. 바비큐 파티와 운동회, 협동 활동을 통해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율성을 키우는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은 아동들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자신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전국 파트너 기업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진로 체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제과·식품 분야에서는 뚜쥬르 과자점 곽태정 이사가 제과제빵사의 직업을 소개하고, 아이들과 함께 쿠키를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환경 분야에서는 글로벌소담 이순신 전무가 친환경 비누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며 기후위기와 일상 속 실천 방법을 소개했다.
각 분야의 기업 대표들도 꿈지원단으로 참여했다. 제주고속 천동현 대표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경험을 소개하며 기업가로서 필요한 자질과 특성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나 역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러한 경험은 다양한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서평택다이룸센터 ‘다이룸FC’ 소속으로 축구선수를 꿈꾸는 고려인 아동들/ 출처_굿네이버스 제공 ●유니폼 한 벌이 만든 ‘꿈 지원’의 선순환
지난 4월, 서평택다이룸센터를 이용하는 고려인 아동 13명은 축구 콘텐츠·이벤트 제작사 ‘슛포러브’의 지원으로 ‘OGFC vs 수원삼성 레전드 매치’ 경기에 초대됐다. 아동들은 경기 현장을 관람하며 한국 스포츠 산업과 축구선수라는 직업을 가까이에서 체감했고, 진로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경기에 출전한 OGFC 소속 에브라 선수는 굿네이버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스포츠를 통한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김안겔리나(17세, 카자흐스탄)는 “전설적인 축구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자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꿈을 향해 더 열심히 노력하며 성장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슛포러브’는 2023년 축구 국가대표 1996년생 선수들과 함께 굿네이버스에 기부하며 인연을 맺은 후, 스포츠 기반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선수들이 실제 착용한 유니폼은 글로벌 경매 플랫폼 ‘MatchWornShirt’를 통해 자선 경매로 진행되며, 수익금 일부는 굿네이버스를 포함한 16개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해당 기부금은 굿네이버스의 아동·청소년 꿈 지원 사업에 활용된다. 기업 참여가 다시 아이들의 미래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굿네이버스 희망나눔꿈지원사업 종강식/ 출처_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꿈 지원···아동의 자기효능감 높여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의 인식과 태도 변화로 나타났다.
‘희망나눔꿈지원사업’ 참여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사후 조사 결과, 수급가정 아동의 긍정적 자기효능감은 8%p 높아졌고, 사회적 자기효능감도 7%p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소득 가정 아동의 경우 부정적 자기효능감은 8%p 감소했으며, 긍정적 자기효능감 12%p, 사회적 자기효능감은 6%p 증가했다.
‘희망나눔꿈지원사업’은 위기가정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꿈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진로와 정서 영역을 균형 있게 아우르며 아동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교육청, 교육복지사, 대학생 봉사자, 지역 내 전문 직업인 등 다양한 네트워크와 적극 협력함으로써 양질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아이들의 내일을 여는 협력의 힘
아이 한 명의 꿈을 지키는 일은 한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교육 격차와 경험의 차이는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구조적 과제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는 정부와 시민사회뿐 아니라 기업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특히 각 분야 기업 임직원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더해질 때 보다 지속 가능하고 확장된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
굿네이버스는 기업 및 임직원과 협력하며 교육 지원, 진로 체험, 정서 지원 등 아동의 성장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선 ‘콜렉티브 임팩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굿네이버스 어정욱 ESG사회공헌협력실장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해 아동들이 꿈꾸는 여러 직업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며, “많은 기업과 임직원이 꿈지원단으로 나서 진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아동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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