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00억 ‘공정수당’ 재원대책 빠져… 민간 확산땐 中企 직격탄

  • 동아일보

정부, 공공부문에 ‘공정수당’ 도입
1년미만 계약도 원칙적으로 금지
“영세-中企 인건비 부담 커질 듯”

뉴스1
정부가 공공 부문 계약직 근로자에게 법정 퇴직금보다 더 높은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퇴직금을 피하려는 ‘쪼개기 꼼수 계약’의 비용 부담을 늘려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직접 도입했던 공정수당이 전국 공공 부문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의 1.2배에 달하는 ‘적정임금’도 도입해 공공 부문의 임금 격차를 줄일 방침이다.

하지만 공정수당 지급에만 최소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세금으로 보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부문 도입을 계기로 공정수당 등이 민간으로 확대될 경우 과거 최저임금 대폭 인상 때처럼 고용이 위축되고 영세·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퇴직금보다 많은 공정수당… 1년 이상 고용 유도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공 부문 전체 기간제 근로자 14만6400명 중 1년 미만 단기 계약자가 7만3206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지방자치단체는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64.1%에 달한다.

현행법상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서 1년 미만의 계약을 맺고 퇴직금을 회피하는 편법이 난무했다.

이런 문제를 없애려고 정부는 공정수당이라는 보상책을 꺼내 들었다. 현행 법정 퇴직금 적립률은 약 8.3%로, 공정수당 보상 비율(8.5∼10%)보다 낮다. 단기 근로자를 채용할 때 드는 비용이 퇴직금을 넘어서도록 해 단기 계약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 부문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1년 미만 계약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전 심사제를 거쳐야 한다.

내년부터 공공 부문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의 118%를 임금 최저선으로 삼는 ‘적정임금’도 도입한다. 올해 기준으로 월 254만5000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주거비, 교육비 등을 고려한 생활임금을 보장해 왔는데, 이를 공공 부문 전체로 확대하는 셈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급식비와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등 ‘복지 3종’ 실태를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 재원 빠진 대책… 민간 확산 땐 중기 부담 우려

계약 기간 1년 미만 공공 기간제 근로자 모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내년에 필요한 재정은 1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적정임금과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등을 더하면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의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어 수당과 임금 보장이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수당과 1년 미만 근로 계약 금지가 단기 일자리를 오히려 더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공공 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선도해 민간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부문으로 확대 적용될 경우 중소기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처럼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 지급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고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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