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화가의 집’ 31일 준공
지하 2층 아뜰리에 완벽 재현
2609점 작품도 전시될 예정
일반시민에겐 5월부터 공개
“아버지를 느낄 수 있게, 사색의 공간이 됐으면 하네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창열 화가의 집’ 준공 기념 현장설명회에서 장남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공간을 소개했다.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고 김창열 화백의 옛 자택 작업실에는 붓과 물감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화백이 조금 전까지 작업을 하다 자리를 비운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김 화백이 1989년부터 2021년 별세할 때까지 약 30여 년간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공간이다. 종로구는 해당 주택을 유족으로부터 매입한 뒤 1년여간의 공사를 거쳐 기념관으로 재탄생시켰다.
● 화백의 옛 자택이 전시공간으로
물방울을 화면 가득 그려 넣은 작품으로 유명한 김 화백은 국내외에서 활약한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작가다. 그는 프랑스에 머물던 1972년 파리의 권위 있는 전시인 ‘살롱 드 메’에서 물방울 연작을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물방울을 통해 존재와 허무, 동양적 사유를 담아낸 점이 국제 미술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4년에는 세계적 거장만 전시하는 프랑스 파리 주드폼 국립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2013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으며 국내외 미술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화백은 2021년 별세했다.
종로구는 화백 별세 후 문화유산으로서 화백 자택의 보존과 예술 자산 활용을 위해 유족을 설득해 자택을 매입했다. 이어 기념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자택 리모델링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을 설계한 최수연 플랫폼 건축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최 대표는 “화백이 머물던 공간의 공기와 분위기까지 재현하기 위해 공사 전 3차원(3D)으로 기록하고 최대한 원형을 살렸다”고 말했다.
시설은 연면적 511.96㎡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됐다. 2층에는 카페와 매표소, 1층에는 전시실이 들어섰다. 지하 1층은 수장고, 지하 2층은 작업실과 서재로 꾸며졌다.
전시공간이 된 집안 곳곳에서는 김 화백의 생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지상 2층 입구에서 굽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건물 가장 깊은 지하 2층에 아뜰리에가 자리한다. 이젤 옆에는 크기와 용도가 다른 수십 개의 붓이 꽂혀 있고, 팔레트 위에는 짜놓은 유화 물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김 화백이 그림을 그리던 공간을 재현한 것이다.
지하 2층 한쪽 서재에는 수백 권의 미술 관련 책 등이 빼곡히 꽂혀 있다. 책상 위에는 연적과 먹, 돋보기, 노트, 다기 세트 등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안락의자에는 화백 대신 그의 상반신 흑백 사진이 자리했다.
● 5월 말 시민 개방
작가의 생전 작업 환경만 재현된 것은 아니다. 이곳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향후 유족이 기증한 작품 390점을 포함해 총 2609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2016년 석판화 ‘회귀’, 1980년대 작품 ‘무제’ 등 유명 작품들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김창열 화가의 집’은 전시 준비를 마친 뒤 5월 말 일반에 공개된다. 평창동 북한산 자락 깊숙한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시는 광화문역과 종로구 주요 미술관, 이곳을 잇는 ‘종로아트버스’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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