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장영훈]아이 키우기 좋은 섬, 울릉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4일 04시 30분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정부는 올해 저출생 대응에 7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 부모 급여 확대, 난임 지원 강화, 돌봄 인프라 확충까지 정책은 ‘전 생애 단계’로 확장하고 있다. 경북도 역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올해 4000억 원 규모의 시즌3 대책을 내놨다. 출산을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분담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보는 것이다.

가장 절박한 곳은 다름 아닌 섬이다. 울릉군은 전국 89개 인구 감소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의료·교육·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도서(島嶼) 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모두 안고 있다. 산모가 진료받으려면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해 교통비뿐 아니라 숙박비, 시간 비용, 돌봄 공백까지 감수해야 한다.

최근 울릉군 출산 지원 규모를 두고 ‘아이 1명당 얼마’라는 식의 비교가 나온다. 그러나 숫자만 떼어내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울릉군 출산 장려 정책은 일시금 위주가 아니라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을 나눠 지원하는 분산형 구조다. 임산부 교통비, 출생 축하금, 출산 장려금, 육아용품 대여 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설계했다.

재정 구조를 보면 분명하다. 올해 울릉군 일반회계 본예산은 2460억 원. 이 가운데 출산 관련 집행 예산은 약 2억6335만 원, 전체의 0.11% 수준이다. 국·도비를 포함해도 0.18% 안팎이다. 재정 전반을 흔드는 ‘과도한 퍼주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성과도 있다. 울릉군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22년 0.639로 경북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2023년 0.789, 2024년 1.075로 반등했다. 경북 10위권,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정책과 지역 사회의 의지가 맞물려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출산율 반등이 곧 구조적 위기 극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하다. 도서 지역에 동일한 잣대의 ‘형식적 평등’만으로는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점이다. 산후조리원, 키즈카페, 대형 병원도 없는 울릉에서 출산은 육지와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원은 특혜라기보다 구조적 불리함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섬, 울릉’이 공허한 구호로 남을지, 현실이 될지는 정책의 지속성과 지역사회의 협력과 합의에 달려 있다. 저출생 극복 논의도 얼마를 줬느냐는 공방을 넘어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이냐는 질문으로 옮겨가야 한다.

출산 지원은 비용 지출이 아니다. 적어도 인구 감소의 벼랑 끝에 선 지역에서는 생존 전략이다.

#동서남북#저출생#울릉#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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