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누군가에겐 기다려지는 온기의 계절이지만 가정 밖 청소년·자립준비청년·이주배경청소년·고립·은둔 청년에게는 오히려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가족 중심 문화가 강화되고 공적 복지 체계가 일시적으로 느슨해지는 이 시기, 이른바 ‘결핍의 골든타임’을 홀로 견뎌야 하는 청년들에게 작은 희망의 신호가 돼온 것이 이랜드재단의 ‘천사박스’ 캠페인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을’… 민간 안전망 역할 강화
천사박스는 2020년 ‘가장 외로운 순간에 가장 필요한 도움을 전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1004개의 박스로 출발한 캠페인은 설·추석·가정의달·연말 등 가족의 온기가 대비되는 시기에 맞춰 지원을 이어왔으며 지난 연말에는 전년 대비 두 배 확대된 2008개의 박스를 전국 단체들과 함께 전달했다.
지금까지 약 1만5000명에게 25억6000만 원 상당의 생활용품·식료품을 지원했으며 복지 경계에 놓인 미래 세대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완화하는 민간 안전망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임직원 봉사 사진. ‘단순한 물품이 아닌 회복의 첫 단추’… 천사박스의 가치
천사박스가 신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수혜자 필요 기반 설계에 있다. 각 지역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방서·방한용품, 위생용품, 즉시 섭취 가능한 식료품 등 위기 상황에 즉시 도움이 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전달 과정은 이랜드재단의 현장 협력망 ‘돕돕 프로젝트’가 뒷받침하며 공백 없이 지원을 이어간다.
보이지 않는 위기에 선제 개입… ‘정서적 안전망’으로 작동
천사박스는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사회적 연결을 회복시키는 정서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포천하랑센터의 한 이주배경청소년은 생리대가 떨어진 상황에서 우연히 센터를 방문했고 그날 받은 천사박스 안의 위생용품을 통해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안도감을 얻었다. 도움을 요청하기 이전에 먼저 도착한 지원이 ‘위기 표면화 이전 개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은둔·고립 청년을 지원하는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세상과의 연결이 끊긴 듯한 청년들에게 누군가 자신을 챙기고 있다는 신호가 일상의 변화를 이끌기도 합니다.”
재단은 이를 ‘결핍 골든타임’ 개입 모델로 정의하고 있다. “위기가 드러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천사박스의 가치입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이가 있다’는 메시지가 큰 힘이 됩니다.”
위기 속 멈추지 않은 나눔… 임직원과 파트너가 함께한 연대
지난 연말 천사박스 캠페인은 재단 내부에도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천안 물류센터 화재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지원 규모는 확대됐다.
전달식 준비 과정에는 임직원 1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박스 패키징은 물론 손편지 형태의 메시지를 담아 진정성을 더했다. 한 참여 임직원은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우리도 어려운 시기였지만 더 어려운 청년을 생각하면 손이 멈출 수 없었습니다.”
협력 생태계도 자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땡큐파머·지파운데이션·기빙플러스·팬지가 다양한 물품을 후원했으며 이랜드팜앤푸드 등 그룹 계열사도 간편식 지원에 참여했다. 박스 하나가 여러 주체의 연대로 완성되는 구조다.
지속가능한 ‘기억과 연결을 전달하는 캠페인’
지난달 4일 열린 천사박스 전달식에서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천사박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천사박스는 단지 물품을 보내는 활동이 아닙니다.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연결을 함께 전하는 캠페인입니다.”
현장 단체들도 수혜자 실제 필요 기반 설계, 여러 주체의 순환적 참여, 지속적 관계 형성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이 깊어지는 계절. 천사박스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6년째 조용히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랜드재단은 향후에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실질적 도움과 정서적 지지를 병행하며 지속가능한 민간 안전망 모델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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