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옥련동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연평도 바다에 어선이 나가 꽃게를 잡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다리가 열 개인 갑각류 수산물 게는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밥도둑’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매년 봄, 가을이면 인천 앞바다에서는 꽃게를 잡으려는 어선들로 붐빈다. 전국 꽃게 생산량의 약 20% 안팎이 인천에서 잡힌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아 온 게를 생물학과 문학·미술·신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명해 보는 이색적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다음 달까지 ‘바다의 꽃, 게 섰거라’를 주제로 열리는 특별전이다.
특별전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의 주제는 ‘니들이 게맛을 알아?’다. 게와 관련된 한국의 음식문화를 다룬다. TV 광고로 유명해진 꽃게 과자와 햄버거, 김밥 재료로 사랑받는 맛살 등과 같은 가공식품과 조미료에 이르기까지 게를 원료로 사용하는 음식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울러 2010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곡물운반선인 ‘마도 1호선’에서 발견된 목간을 통해 당시 게를 즐겨 먹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 게로 만든 젓갈을 비롯해 조선시대 다양한 게 조리법을 기록한 문헌과 음식을 보여준다.
‘게, 인천의 삶이 되고 신앙이 되다’가 2부의 주제다. 매년 인천 전체 꽃게 어획량의 25% 안팎을 차지하는 옹진군 연평도에서 잡히는 꽃게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본다. 먼저 산란기 꽃게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4∼6월과 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되는 연평도 꽃게잡이 과정을 보여준다. 또 꽃게에 얽힌 섬 주민들의 민속을 관련 유물과 영상, 사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과 옹진군 영흥도에서 집안에 들어오는 부정한 기운을 막기 위해 대문에 걸어두었던 풍습을 보여주는 범게 실물과 사진이 전시된다.
3부는 ‘해석(蟹釋), 게를 바라보는 시선’이 주제다. 게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옛 그림과 문학작품을 통해 게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게는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영적 상징이기도 했다. 옆으로 걷는 게의 모습은 ‘횡행개사(橫行介士)’라고 불리며 임금 앞에서도 바른말을 하는 강직한 선비를 상징하기도 했다. 또 게는 창자가 없는 귀공자라는 뜻의 ‘무장공자(無腸公子)’로 불리며 인생의 고통을 초월하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런 게의 문화적 상징성을 보여주는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김홍도의 ‘해도’(蟹圖)와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이중섭의 ‘애들과 물고기와 게’가 대표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백자청화게무늬접시’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김기창, 안동오 화백의 ‘백자청화물고기팔각연적’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김태익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게와 관련된 문화적 담론이 사라져 가는 시점에서 더 늦기 전에 게를 시민들의 기억에 담아보기 위해 특별전을 준비했다”며 “꽃게의 고장인 인천에서 처음 시도하는 게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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