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갖지 않는다” 강령 MZ조폭, 18억 투자사기

  • 동아일보

“비상장주식 매입” 속여 돈 가로채
경찰, 56명 검거… 총책 등 해외도주
해외자산 동결 국내 첫 ‘은색수배’

경찰이 ‘MZ조폭’을 표방한 일당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현장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찰이 ‘MZ조폭’을 표방한 일당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현장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1.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2. 명령에 복종한다….”

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해 18억 원을 가로채다 붙잡힌 ‘MZ(밀레니얼+Z세대) 조폭’ 일당의 행동강령이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이들 일당 56명을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과 경기 의정부시·부천시 일대에서 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해 피해자 127명으로부터 18억 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다른 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피해자 명단을 입수한 뒤 합법 업체인 것처럼 접근해 “비상장 공모주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이는 수법이었다.

1992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로 구성된 이들은 대부분 친구나 선후배 관계였다. ‘시키는 것만 한다’ 등 행동강령을 만들고 어기면 구타했다. 특수부대 출신 간부가 교육도 했다. 지난해 9월 경찰이 사무실을 급습하자 30대 총책 안모 씨와 간부 2명은 약 13억 원을 들고 필리핀으로 달아났고, 경찰은 이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은색수배도 국내 최초로 요청했다.

한편 경기 시흥에선 또 다른 투자 리딩방 사기조직이 붙잡혔다. 30대 함모 씨가 이끈 사기조직 31명은 “비상장주식 공모주를 대신 사서 큰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피해자 42명을 속여 12억 원 상당을 빼앗았다.

꼬리가 잡힌 건 또 다른 30대 안모 씨가 이끄는 MZ 조폭이 “(함 씨의) 리딩방 사무실을 털면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서였다. 안 씨 일당은 올 3월 조직원 10명과 함께 복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흉기를 든 채 함 씨의 사무실에 침입해 총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월 ‘깡패가 불법 리딩방을 털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먼저 함 씨 일당 31명을 검거했다. 이어서 안 씨 일당을 추적해 11명을 강도상해 등 혐의로 붙잡아 이 중 10명을 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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