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공개한 ‘모형 칼’의 사진. 보통은 플라스틱 재질에 도색이 된 형태로 판매되지만, 이 칼은 금속 재질의 칼날로 돼 있어 끝이 뾰족하다. (출처=보배드림 캡처)
초등학교 앞 무인 문방구에서 끝이 날카로운 금속 재질의 ‘모형 칼’이 판매되고 있어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제품은 14세 이상만 구매 가능한 위험 장난감으로 분류되지만, 무인 판매 시스템을 악용하면 사실상 누구나 제약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익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위험한 물건”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가 무인 문방구에서 금속 모형칼을 사왔다”며 해당 제품 사진을 공개했다.
● 9살 아들이 사온 ‘금속 재질 모형칼’
A씨가 공개한 무인문방구의 사진. “14세 이상 부모님 허락 받고 구매”라는 문구가 있지만, 초등학교 3학년(9세)인 A씨의 아들이 아무 제재를 받지 않고 구매할 수 있었다. (출처=보배드림 캡처)사진 속에는 약 30cm 길이의 ‘사무라이 칼’ 형태의 모형이 나와있다. A씨에 따르면 문방구에는 이 밖에도 ‘카림빗’(초승달 형태의 곡도), ‘귀멸의 칼날검’, ‘닌자 칼’ 등 다양한 금속제 모형 무기가 함께 진열돼 있었다.
이 제품들은 진짜 무기를 본뜬 장난감이지만,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 재질로 제작돼 있어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A씨는 “날은 무디지만 끝부분이 뾰족해 찔리거나 긁히면 크게 다칠 수 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 “14세 이상만 구매 가능” 문구 있지만 제재 없어
문제는 이러한 모형 칼이 사실상 아무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A씨의 자녀는 결제 전 판매자에게 “부모 허락을 받았냐”는 질문만 받았을 뿐,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구매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A씨는 “경찰도 출동했지만, 본드나 가스류가 아닌 이상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무인 상점이라 주인이 항상 있지 않는다. 사실상 아무나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14세 이상, 부모님 확인 후 구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9세 자녀가 아무런 제재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 ‘당근칼, 발리송’ 이전에도 논란
유튜브에 모형 칼인 ‘당근칼’을 검색하면 나오는 숏폼 영상들. 영상들은 다양한 종류의 당근칼을 소개하며 ‘초등학생 인싸템’이라 소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캡처)이 같은 문제는 이전에도 반복돼 왔다. 2023년 6월경 충북 청주에서 18cm 길이의 합금제 장난감 칼을 가지고 놀던 초등학생이 다른 학생을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제품은 국가통합안전인증(KC)을 받지 않은 불법 유통 제품으로, 교육청이 실태조사와 제재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유사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우리 지역에서도 판매하고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요즘은 다 판다. 우리 동네는 발리송(두 개의 손잡이가 달린 묘기용 칼) 나이프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애들 사이 유행하는 물건이라 전국 문방구에 판다”거나 “벽돌 등에 갈면 금방 흉기가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 장난감 칼이라도…공격성 ‘관찰학습’ 한다
일부는 “장난감일 뿐인데 너무 과민반응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장난감이라도 여전히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심리학에는 ‘관찰학습’ 개념이 있다”며 “아동은 장난감이라도 공격성을 상징하는 물체를 반복적으로 접하면, 폭력성이나 위험 행동을 간접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동은 어른보다 상징을 구분하는 인지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공격성·사행성 등 부정적 행동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며 “문방구나 무인점포에서도 아동 보호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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