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게임 중독’ 있다면 개에게는 ‘장난감 중독’ 있다

  • 동아일보

墺 빈 수의대 연구팀 발표
가정견 105마리, 14단계 걸쳐 평가
장난감 접근 위해 상자 부수는 등
사람의 ‘행동 중독’ 증상 보이기도

말리누아종 개가 눈앞에 있는 먹이 퍼즐을 무시하고 상자 속 장난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알리아 마치니·베른대 제공
말리누아종 개가 눈앞에 있는 먹이 퍼즐을 무시하고 상자 속 장난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알리아 마치니·베른대 제공
사람들이 도박이나 게임 등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처럼 일부 개들도 장난감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의 중독 증상이 과학적으로 평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테파니 리머 오스트리아 빈 수의대(VUW) 교수팀은 일부 개들이 장난감에 사람의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공개했다.

인간의 ‘행동 중독’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데도 도박 등 보상 활동에 강박적으로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술이나 약물 등에 의존하는 ‘물질 중독’에 비해 과학적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 일부 개들이 장난감에 대해 사람과 비슷한 행동 중독 증상을 보인다는 일화는 꾸준히 보고됐지만 학계에서 과학적으로 조사된 적은 없다.

연구팀은 인간과 개의 행동 중독 유사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수컷 개 56마리와 암컷 개 49마리 등 105마리의 가정견이 실험에 참여했다. 나이는 12개월부터 10세까지, 품종은 말리누아 18마리, 보더콜리 9마리, 래브라도리트리버 9마리 등으로 구성됐다. 견주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두 장난감 놀이에 적극적이라고 평가된 개들이다.

연구팀은 카메라가 설치된 방 안에서 개들이 공, 인형 등 3가지 장난감 중 하나를 골라 가지고 노는 과정을 촬영했다. 개들이 장난감을 스스로 고르는 순간부터 방에서 모든 장난감을 제거하기까지 총 14단계에 걸쳐 행동이 평가됐다.

실험 중간에는 장난감을 개들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이나 상자 속 등 접근이 어려운 곳에 두고 장난감보다 접근이 훨씬 용이한 먹이 퍼즐을 제공하거나 견주가 30초간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들어오는 등 다양한 변수를 만들었다. 개들이 보인 행동에서 인간의 행동 중독 증상인 갈망, 행동 통제 불능 등을 대입해 비교한 결과 전체의 약 3분의 1인 33마리가 중독 증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일부 개들은 장난감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간식이나 견주와의 상호작용보다 장난감 접근에 우선순위를 뒀다. 어떤 개는 먹이 퍼즐을 앞에 두고도 상자 안에 있는 장난감에 접근하려고 상자를 부수기도 했다. 장난감이 모두 제거된 후 15분이나 진정하지 못하는 사례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개들이 장난감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장난감에 몰입하는 행동이 동물 복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의 중독#행동 중독#장난감 집착#먹이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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