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조합장 직원이 사직서를 낸 뒤 수리되자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며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했다.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에 사직서를 낸 직원이 사표가 수리된 후에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며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1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 다른지점 전보되자 사직서 제출…지점장 만류했지만 강행
1989년 경남 지역의 한 협동조합 본점에 입사한 A 씨는 지난해 1월 타 지점으로 전보됐다. 이후 그는 같은해 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 사유는 ‘개인 사정’ 이었다. 그는 비밀 누설 서약서와 무사 확인서도 자필로 작성해 냈다.
지점장이 만류했지만 A 씨는 퇴사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 사직서 수리 당일, 부당해고 구제 신청…소송 진행
하지만 정작 사직서가 수리된 당일 A 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라며 구제를 신청했다.
노동위원회가 “원고의 사직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라며 기각하자 A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이 또한 기각되자 소송을 진행했다.
● “조합장이 괴롭혔다”…‘심신 미약 상태’ 주장
A 씨는 사직서 제출 당시 자신이 심신 미약 상태였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해 사직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조합장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부당하게 전보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 씨는 인사 발령 직후 호흡 곤란 등 증세로 응급실에 입원했고, 약 2주가량 휴가를 사용했다고 한다.
A 씨는 지점장에게 사직서를 낸 지 약 3시간 만에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며 퇴직이 아닌 휴직을 요청했다고도 주장했다. 지점장이 이를 받아들여 사직 의사를 철회됐는데도 해고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 재판부 “인사 담당자에게 사직의사 철회 안해…심신 미약 근거 부족”
재판부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중노위 판정에 결격 사유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지점장 등이 자신의 사직 의사 철회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직서 제출 당일 인사 담당자와 소통할 당시 철회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점과 인사 담당자에게 병원 진단서를 전송하고 실업급여를 문의한 점 등이 사직을 전제로 한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진의 의사표시 여부에 대해서도 사직서 제출 당시 A 씨가 심신 미약 상태였다는 의학적,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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