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빚 2억에 처자식 살해한 가장 “개인회생 제도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1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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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일가족을 숨지게 한 40대 가장이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2025.6.4/뉴스1
자식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가장이 “빚 2억 원에 대한 개인회생절차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

개인 채무와 관련된 법제도를 미처 몰랐던 것이 가족 살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관련 제도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1일 자식 2명을 살해한 혐의(살인·자살방조) 등으로 구속한 지모 씨(49)를 검찰에 송치했다. 지 씨는 1일 오전 1시 12분경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앞 바다로 승용차를 돌진시켜 부인 정모 씨(49), 큰 아들(18), 둘째 아들(16)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 씨는 경찰조사결과, 제 2금융권 대출·신용카드 대금 등 1억 6000여 만 원과 임금체불 3000여 만 원 등 빚 2억 원으로 인한 생활고 등을 고민하다 범행을 저질렀다.

지 씨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대출 이자, 신용카드 결제금을 낼 돈이 없자 범행을 결심했고 부인 정 씨는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다고 한다. 지 씨는 범행 직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었지만 잠에서 깼고 숨이 막혀 바닷물에 잠긴 차량에서 혼자 탈출했다.

건설현장 작업반장이던 지 씨는 올 2월 임금 3000만 원 체불 사건으로 노동청 조사를 받았다. 지 씨는 이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임금 3000만 원을 체불했는데 내가 구속되면 가족들은 어떻게 하냐”며 고민했다.

법조계에서는 임금체불 3000만 원 정도 금액으로 쉽게 구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률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지 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 씨는 경찰에 “나만 죽으면 두 아들이 빚 때문에 힘들어질 것 같아 범행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또 “빚 2억 원에 대한 개인회생절차를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지 씨는 개인채무자 회생 등을 해주는 파산, 상속포기 등의 절차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전과가 전혀 없는 지 씨는 20여 년 동안 건설현장 근로자로 일했고 법에는 문외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 씨가 빚을 고민하다 범행을 저질렀고 개인회생절차 등 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대출#신용카드 대금#생활고#임금체불#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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