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서울시가 29일 “시민 혈세로 1년에 20% 이상 임금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누적 부채가 이미 1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내버스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전했다.
시에 따르면 준공영제 시행 이후 노사는 총액을 기준으로 매년 시내버스 운전직 인건비를 협상해 왔으며, 그동안 연평균 약 4%씩 인상됐다. 이에 따라 시내버스 운송원가에서 운전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50.8%에서 2024년 68.3%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판례를 변경해 노사 합의와 무관한 임금 인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당시 대법원은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시는 노조 요구대로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10% 이상 임금 인상에 기본급 8.2% 추가 인상까지 반영할 경우 최종적으로 총액 기준 20% 이상 임금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노조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경우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의 평균임금이 6273만 원에서 7872만 원으로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운수 종사자 인건비 총액이 매년 약 3000억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노사 협상을 통해 마련된 만큼, 대법원 법리가 변경됐다면 반드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자율교섭 당시 임금체계 개편안을 사측이 정식으로 제시하지 않아 협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노조는 “시와 사측이 정기상여금 규정을 폐지하자고 하거나 통상임금이 아닌 성과급으로 개정하자고 하는 것은 이미 확보된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시키겠다는 것이며 ‘임금 삭감’”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노사 8차 자율교섭에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했으며,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사전조정위원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으나 노조가 일방적으로 교섭 회피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준공영제 시행 이후 노사 간 입금 협상은 총액을 기준으로 한 만큼, 올해 임단협에서도 통상임금 문제와 기본급을 모두 포함해 총액을 기준으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회의를 열고 막판 협상에 나선다. 노조는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30일부터 파업이나 준법투쟁 등 쟁의행위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30일 오전 출근 시간을 중심으로 특별 교통대책을 추진한다. 지하철은 출근 주요 혼잡시간을 현행 오전 7~9시보다 1시간 연장한 7~10시로 확대 운영하고, 1~8호선 및 우이신설선 열차 투입을 47회 늘릴 예정이다.
오전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 역사와 주요 거점을 연계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자치구별로 1~2개 노선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과 협력해 주요 교통 혼잡 지역에 교통경찰을 배치할 방침이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사 양측에 당부드린다”며 “시는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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