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나눔] 사회적 기업 카페 ‘히즈빈스’
교육-고용으로 장애인 자립 지원… 직원 90% 이상이 3개월 넘게 근무
기업 대상 사내카페 운영 컨설팅… 장애인 고용 부담금 감면 효과도
SK, 창업 초기부터 단계별 지원… 사회 성과 인센티브 3억 원 지급
이민복 히즈빈스 이사는 “히즈빈스는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고 고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했다. 행복나래 제공
“장애인 일터는 비장애인 일터와 구별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 고용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 일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15일 서울 중구에 있는 카페 히즈빈스(HIS BEANS) 명동점에서 만난 이민복 히즈빈스 이사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장애인과 비장애인 일터 사이의 문턱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애인 자립을 위한 고용 모델을 제시하는 사회적 기업 ‘향기 내는 사람들’의 카페 브랜드 ‘히즈빈스’는 장애인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한 뒤 직접 고용한다. 또 여러 기업에 장애인 고용 사내 카페 운영 모델에 대한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 정신장애인 바리스타 양성·고용 지원
히즈빈스 1호점은 2009년 문을 연 경북 포항 한동대점이다. 16년 만에 히즈빈스 국내외 매장은 36곳으로 늘었다. 이들 매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는 165명에 이른다. 정신장애인은 약 70%, 발달장애인은 30% 정도다. 이 이사는 “정신장애는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동료로서 같이 일하기에 어렵거나 위험하다고 인식돼 취업하기 가장 어려운 장애 유형”이라며 “이들이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꾸준한 정서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히즈빈스는 매장에서 직원이 처음 근무하기 전 약 2주간 ‘히즈빈스 가치교육’을 진행한다. 먼저 근무를 시작한 장애인 바리스타가 후배 바리스타에게 동기 부여 교육을 한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근무 시작 후에는 ‘다각적 지지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 바리스타가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비장애인 매니저 1명이 장애인 바리스타 3, 4명을 담당해 매일 복약 지도 및 상담 지도를 진행하고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과 감정 조절 훈련 등도 진행한다. 동료와 갈등이 있을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화해하는 법, 응대할 때 고객의 눈을 쳐다보고 대화하는 법 등을 교육한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장애인 바리스타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히즈빈스는 전체 직원 중 3개월 이상 근무하는 직원의 수를 비교한 수치인 ‘3개월 이상 직업 유지율’이 매년 90%가 넘는다.
● 장애인 고용에 기업 부담금 감면 효과도
히즈빈스는 장애인 바리스타 양성 및 고용뿐 아니라, 히즈빈스가 구축한 장애인 고용 모델을 적용해 각 기업에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는 사내 카페 모델을 제안하는 사업도 펼친다. 사내 카페 구축에 드는 초기 비용, 사용 가능 공간에 따른 매장 형태 등 세부 사항 등을 컨설팅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기업은 히즈빈스와 협력해 사내 카페를 만들고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해 매장을 운영한다. 현재 히즈빈스가 운영하는 매장 36곳 중 약 30곳이 기업과 협력해 운영하는 카페다. 사내 카페가 이미 있거나 공간이 부족해 사내 카페 운영이 어려운 기업은 장애인 직원 고용이 가능한 다른 직무를 발굴해 제안한다.
장애인 고용의무 제도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민간 기업은 전체 인원의 3.1%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월평균 상시근로자 수 100명 이상인 기업엔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부과된다. 사내 카페 운영 등을 통해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도움으로써 히즈빈스는 기업의 연간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감면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이 이사는 “자체 조사 결과 기업들은 매년 약 66억1000만 원에 달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히즈빈스 덕분에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기업 대상 장애인 고용 모델 컨설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 고용 확산 운동을 통해 장애인 고용 전문가 7000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결국 장애인 일자리와 관련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확장하는 것이 히즈빈스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 SK 단계별 지원 통해 기업 성장
사회적 기업 히즈빈스는 창업 초기부터 SK의 단계별 지원을 통해 성장과 확장을 이어오고 있다.
사업 기반 구축기에 3년간 SK의 ‘사회 성과 인센티브(SPC) 프로그램’에 참여해 정신장애인 고용 등 히즈빈스가 이룬 사회적 성과를 계량화한 성과급으로 약 3억 원을 받았다. 이는 히즈빈스가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높여 재정 안정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기업 성장기에는 행복나래 조언을 받아 콜드브루 제품 개선 등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고, SK 유통망 입점 지원을 받아 제품 매출 기반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SK 지원으로 히즈빈스가 구축한 정신장애인 중심 자립형 고용 모델을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인 ‘행복투게더’에 확장 및 적용할 수 있었다. 히즈빈스가 브랜드 및 직무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고, 행복투게더는 이를 활용해 장애인 등 고용 취약계층을 고용해 카페를 운영했다. SK하이닉스는 히즈빈스와 행복투게더를 위해 사내 공간을 제공했다. 2023년 7월에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카페 ‘하이닉스 행복마을점’ 운영을 시작했다.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히즈빈스는 장애인을 전문가로 양성하며 자립형 고용 모델을 현실화한 대표 사례”라며 “SK는 사회적 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기부터 단계별로 지원을 이어왔다. 앞으로도 사회적 기업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성장 단계에 맞춘 실질적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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