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SNS 계정 산뒤 추천글 올려
공정위, ‘바이럴 광고’ 수천건 적발
“소비자 기만 광고”… 시정명령도
음악 콘텐츠를 올리는 페이스북 계정 ‘노래는 듣고 다니냐’는 “우연히 듣고 빠져버린 아티스트”, “오늘 알고리즘에 뜬 노래”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대중음악을 추천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해당 계정은 카카오엔터 측이 자사 음원 홍보를 목적으로 오래전에 인수한 것이었다. 카카오엔터는 이처럼 가요 팬을 가장한 ‘셀프 바이럴(입소문)’ 글을 수천 개 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카카오엔터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디지털 음원 유통시장의 1위 사업자로, 자사가 유통하는 음원의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손에 넣게 된다.
문제가 된 건 카카오엔터가 가요 팬인 척 자사 음원 홍보글을 올린 행위다. 이를 위해 카카오엔터 측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기 음악 채널을 인수하거나 개설했다. 그런 뒤에 카카오엔터 채널임을 숨기고 자사 음원 홍보에 이용했다. 순수한 추천글인 것처럼 꾸며 광고글을 올린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15개 SNS 채널에서 2353건의 바이럴 마케팅 글을 게시했다.
카카오엔터는 또 ‘더쿠’, ‘뽐뿌’ 등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원·음반 광고글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추천해주고 싶은 영상’, ‘진짜 노래 잘 뽑은 듯한 신곡’ 등의 제목으로 직원들에게 게시물을 올리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카카오엔터 측은 직원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광고대행사를 써서 SNS 광고를 할 때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뒷광고’를 했다. 2016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카카오엔터는 35개 광고대행사에 8억6000만 원을 써서 427건의 SNS 광고를 했다. 이 중 광고 사실을 명확히 밝힌 광고글은 없었다.
카카오엔터가 이처럼 상업적 광고에 활용해온 SNS 채널 팔로어 수는 411만 명,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자 수도 최대 1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라고 봤다. 소비자들은 카카오엔터의 광고글을 일반인이 작성한 진솔한 추천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엔터가 자신들의 행위가 부당한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법률 검토 결과를 받아보고도 이 같은 행위를 지속한 점에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카카오엔터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며 앞으로도 법규를 준수하고 공정한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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