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후 ‘무당 유튜버’ 기승… 극단 주장에 가짜 손님 동원 돈벌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9일 03시 00분


일부 무속인, 탄핵 소재 과격 주장
“꿈에 할아버지가… 세종대왕이…”
근거없는 정치 예언, 사람들 현혹… “굿하려 한다” 후원금 적극 유도
일반 무속인들 “평판 추락” 한숨

최근 유튜브에서 계엄과 탄핵을 소재 삼아 극단적 정치 발언이나 근거 없는 예언을 퍼뜨리는 무당, 무속인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계엄 비선’으로 불리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무속인이었다는 점을 고리로 정치 콘텐츠를 늘리며 후원금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무당 유튜버’들은 마치 미래를 예언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정치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사람들을 속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무당이 유튜브에서 “尹 탄핵 안 될 것”

1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살펴본 결과 무속과 관계없는 정치적 발언을 주요 콘텐츠로 올린 무당들의 영상이 다수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야 정치인 등을 소재로 앞날을 예견하는 식의 발언을 했다. 무당 A 씨는 구독자 4만 명의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꿈에서도 할아버지(A 씨가 모신다는 신)가 분명히 말씀하시길 윤 대통령은 탄핵 안 된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이 돈을 퍼서 국회의원, 법관, 검사, 경찰을 매수하는 거잖아” 등 근거 없는 주장도 이어 갔다. A 씨는 “꿈에 민주당 사람들이 나와서 내가 ‘이런 XX 같은 XX들. 너네들 다 죽여 버린다’ 라고 말했다”는 과격한 발언도 쏟아냈다.

구독자 7만 명인 유튜버 B 씨는 자신을 ‘대한민국 최초 1호 우파 무당’이라고 칭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을사년에 저승사자가 혼을 떠가는 수가 걸려 있다”며 “화경(무당이 보는 신의 세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쳤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예언으로 풀이된다.

진보 성향 ‘무당 유투버’도 있었다. 구독자 3만 명 규모의 유튜버 C 씨는 “꿈에서 세종대왕이 ‘이 XX 내려가’라고 하셨다. 윤석열은 탄핵될 것”, “세종대왕님이 이 씨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씨인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 “굿 하려 한다”며 후원금도 유도

일부 유튜버는 구독과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가짜 배우’를 섭외해 무당을 찾아온 손님인 척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의 한 연기자 모집 사이트에는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 사이 “무속인에게 점사 보는 콘텐츠”라는 구인 공고가 10여 개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유튜브 채널 PD인 것으로 파악됐다. 섭외한 배우를 손님처럼 연기시킨 뒤 영험한 무당이 점을 보는 상황으로 연출해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의 배경에는 ‘돈벌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계엄과 탄핵을 둘러싸고 여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특정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내 후원금을 유도하는 식이다. 현 정부 수사 과정에서 명태균 씨, 건진법사, 천공 등 무속인 연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무속인에 대한 관심도 늘자 일부 무속인들이 이를 계기로 유튜브 방송에 나선 것이다. 한 무당 유튜버가 출연한 영상은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다)을 위한 굿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불경기에 수고스러운 선생님을 위한 후원 계좌를 열어 두겠다”고 후원금을 유도했다.

● “결국은 돈벌이… 규제 필요”

대부분의 무속인들은 이에 대해 “평범한 무속인들의 평판까지 망치고 있다”며 곱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무속인 정모 씨는 “정상적인 무속인은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무당 유튜버)들을 무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5년 차 무속인은 “인지도를 높일 목적으로 정치 유튜브 채널에 200만 원가량을 주고 출연하는 무당도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무속인의 평판을 해친다”고 말했다. 34년 경력의 무속인 장모 씨는 “무속 경력이 1년에서 5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어린 무당들이 돈을 벌기 위해 정치적 발언으로 손님들을 모으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속인’ 직함을 달고 내뱉는 발언들은 보는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돈벌이에 악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수익을 목적으로 특정인에 대해 추측성 발언을 일삼는 정치 무당 유튜버들은 사실상 무속인의 외피만 쓰고 있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면 유튜브 등 차원에서라도 이런 극단적인 영상들에 대한 자체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당 유튜버#정치적 발언#돈벌이#무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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