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커피’… 아프리카서 처음 마셨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5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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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열대 고산지역서 기원… 이슬람 세력 성장과 함께 유럽 전파
기후 조건 달라 유럽에선 재배 실패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식민지서 생산
과도한 소비로 인한 노동착취 논란도

지난달 30일은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1호점의 개점일이었습니다. 1971년 3월 30일 미국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시장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연 것이죠. 반세기 만에 스타벅스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매장이 3만8000여 개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주력 제품인 커피의 원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 t 이상이 소비될 정도로 인기 있는 기호식품이 됐죠. 또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405잔에 달합니다. 오늘의 세계지리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세계적 기호품으로 성장한 커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전파

커피의 기원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열대 고산지역입니다. 당시 주민들은 커피나무의 열매를 물로 우려내거나 동물성 버터와 버무려 각성제나 식품으로 섭취했습니다. 이후 커피는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반도의 예멘으로 전파됐고 이슬람 세력의 성장과 함께 유럽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당시 커피는 예멘의 무역항 모카에서 유럽으로 수출됐는데 이 모카항의 이름을 따서 오늘날 모카커피가 탄생했습니다. 커피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아랍어로 음료를 지칭하는 ‘카와’는 곧 커피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고, 튀르키예에서 ‘카흐베’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카페, 당시 명칭으로 ‘카흐베하네(커피집)’가 처음 생기게 됩니다.

카흐베하네는 유럽으로 전파돼 커피하우스가 됐습니다. 커피가 인기를 끌기 전까지 유럽인들은 술을 즐겨 마셨고, 알코올 의존증은 중세 유럽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때 등장한 커피는 금세 술을 대체하며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커피하우스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유럽의 다양한 지식인들이 모여 정치, 사회, 예술, 학문에 대해 토론하는 장소가 됐습니다. 커피하우스에서 볼테르, 몽테스키외 등 여러 지식인이 모여 계몽 사상을 발전시켰고 이후 프랑스 시민혁명 탄생의 산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 식민지 확장과 커피의 전파


커피가 유럽에 전파될 때 커피 무역을 독점하던 이슬람인들은 유럽인들이 커피를 자체적으로 재배하는 걸 막기 위해 커피 과육의 씨앗을 볶은 상태에서 유통시켰습니다. 씨앗을 심더라도 커피나무가 자라지 않게 한 거죠. 여기서 흰색의 커피 씨앗인 생두가 까만 원두로 변하는 로스팅 기법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유럽인들은 볶지 않은 커피 씨앗을 구해 유럽 땅에 심었지만, 기후가 안 맞아 커피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유사한 기후의 식민지를 확보한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자신의 식민지에서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이 오늘날 세계 커피 생산 2위 국가가 되고,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의 커피 생산 국가가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 주민들은 초기에 영국인들처럼 커피보다 홍차를 즐겨 마셨습니다. 그런데 영국이 식민지 미국으로 수입되는 홍차에 과도한 세금을 매겼고, 이것이 미국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됩니다. 이때 미국에서는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게 영국에 대항해 애국하는 행동인 것처럼 여기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이후 미국 남북전쟁에서도 군인들의 체력 회복 차원에서 각성 효과가 뛰어난 커피가 보급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미국인들은 커피를 즐겨 마시고, 영국인들은 홍차를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됐습니다.

● 한국인, 연간 평균 커피 405잔 마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연간 405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계 평균이 1인당 연간 152잔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납니다. 아침에 일하기 전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한 잔 등 하루에 커피 세 잔은 기본인 직장인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커피 열풍에 청소년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에는 두통, 수면장애 등을 유발하는 카페인 성분이 포함돼 성장기 청소년에게 이롭지 않습니다. 또 녹차 홍차 등 다양한 식음료 문화가 커피 일변도로 획일화되는 것도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커피 원두가 대부분 저개발 국가의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된다는 점에서 커피의 과도한 소비가 노동 착취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 잔의 커피는 삶의 작은 여유가 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커피#에티오피아#아프리카#커피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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