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것 나누고파” 50대 가장…아낌없이 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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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1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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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가장 뇌사 장기기증·인체 조직기증
가족 “아팠던 아들 힘듦 알아 기증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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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가장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한 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9일 뇌사 상태였던 故 최병배(59)씨가 충북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신장(좌우), 안구(좌우)를 4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1일 밝혔다. 고인은 인체 조직기증으로 환자 100여 명의 회복도 도왔다.

고인은 지난달 24일 새벽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고인의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을 듣고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특히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간문맥혈전증으로 치료를 받아 아픈 이의 힘듦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청주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고인은 유쾌하고 활동적이었다.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면 자녀들을 데리고 근처 냇가로 가서 물고기도 잡고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 자상한 아빠였다.

고인은 젊어서부터 자동차 의자에 들어가는 가죽을 생산하는 피혁공장에서 40년 넘게 근무했다. 문제가 생기면 늘 앞장서서 해결하고 전체적인 관리 업무를 도맡았다. 주말이면 벼농사를 지어 친척과 주변 이웃에게 나눠줬다.

고인의 아들은 “늘 표현을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면서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다. 아빠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통해 4명의 생명과 백여 명의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면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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