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경비노동자 “한끼 식대 2700원…김밥도 못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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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0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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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앞 모여 투쟁 선포 기자회견
"노동자도 사람…소모품 취급 그만하라"
내달 총선 앞두고 4대 정책요구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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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대학교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고물가에도 용역업체들이 임금 인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며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들에게 식대는 인권의 문제”라며 시급 270원 인상, 식대 2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시급과 식대 인상은 물가 폭등의 피해를 제일 먼저 받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 비용”이라며 “그저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 생계 비용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최악의 양극화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직접 마이크를 잡은 청소노동자 문유례씨는 “새벽에 나와 전날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 변기, 세면대며 바닥까지 닦다 보면 한겨울에도 땀이 흐르고 허기가 진다. 아침을 먹어야 오전 일을, 점심을 먹어야 오후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문씨는 “하루 두 끼를 먹어야 하는데 한 달에 식대는 12만원을 받는다. 2020년에 2만원 올라서 지금까지 5년째 그대로인데 물가는 그사이 무섭게 올랐다”며 “한 끼에 2700원으로는 김밥 한 줄도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발언에 나선 경비노동자 김인기씨도 “주간, 당직, 비번으로 일하기 때문에 신체리듬이 망가지고, 수면의 질도 낮다. 그래서 밥이 중요하다”며 “일을 하다 보면 제대로 밥 먹기가 쉽지 않고, 편하게 먹을 곳도 없다”고 했다.

그는 “요즘에는 여기에 걱정이 하나 더 생겼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생활비가 더 빠듯해졌는데, 식탁 물가는 더 올랐기 때문”이라며 “교내식당에 가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서울 지역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위해 ▲용역·하청에 대한 원청 사용자책임 분명히 할 것 ▲근속, 연차휴가 등 포괄적 고용승계 법제화 ▲원청 시설 사용권 보장, 샤워시설 등 휴게공간 개선 ▲작은 사업장의 노동기본권, 노동조합할 권리 보장 등의 총선 4대 정책요구안도 발표했다.

앞서 노조는 서울지역 14개 대학사업장의 조합원을 대표해 해당 대학에서 시설관리 용역을 수행하는 17개 용역업체와 집단 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2024년 임금 요구안으로 기본급 570원 인상, 식대 2만원, 상여금 25만원 인상을 제안했으나 용역업체 측이 기본급 50원 인상, 식대·상여금 동결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은 결렬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서울 지역 대학 비정규노동자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5일부터 각 대학별 조합원 피켓팅, 요구안 현수막 게시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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