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염전 소래습지, 국가도시공원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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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3배… 염전문화공원 등 조성
생태계 보전해 도시관광 거점으로
‘시흥갯골생태공원’ 포함 계획에
시흥시 “편입 안 돼” 반대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와 이어지는 소래염전의 모습. 오래된 소금창고와 폐염전, 갯골, 염생식물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와 이어지는 소래염전의 모습. 오래된 소금창고와 폐염전, 갯골, 염생식물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와 연결된 소래염전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조성됐다. 일본은 당시 소래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수탈했다. 외국산 소금이 본격 수입되면서 1988년부터 천일염의 상업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폐염전과 갯골은 다양한 염생식물과 소형 갑각류, 철새들이 서식하는 낙원이 됐다. 칠면초, 퉁퉁마디(함초), 나문제, 달뿌리풀 등 염생식물을 비롯해 농게, 칠게, 갈게, 도둑게, 방게 등 소형 갑각류가 폐염전과 갯골을 터전으로 살고 있다.

● 폐염전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인천시는 보존 가치가 높은 소래습지 일대 6.7㎢를 정부로부터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 여의도 면적(약 2.9㎢)의 2.3배 규모다. 올해 10월경 결정될 예정으로 지정 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가도시공원이 된다.

국가도시공원은 정부가 도심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 생활 향상을 위해 설치하거나 지정하는 공원을 말한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일본 국영공원, 캐나다 국가도시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열악해진 도시환경을 개선하면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해 ‘도시 관광거점’으로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다. 시는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통해 소래염전 일대의 생태계 보전과 도시 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자연과 시민을 연결하는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예정지는 수도권에서 자연 해안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유명하다. 과거 국내 천일염 생산의 60%를 차지했던 소래염전 등이 이곳에 포함돼 있다. 시는 2021년 11월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을 위한 전략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가 다섯 개의 파크 플랫폼(소래염전공원지구, 소래갯골공원지구, 소래포숲공원지구, 소래람사르갯벌공원지구, 시흥갯골공원지구)으로 나눠 기본구상을 세웠다. 지구별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는 염전문화공간, 염생식물정원, 조류관찰대 습지 관찰로 등 연안습지복원존, 문화예술체험정원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 부산시와 협력 관계 구축
인천시는 소래염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낙동강 하구 일대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으려는 부산시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국가도시공원 공동 1호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5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국가도시공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구상이다. 6월에는 부산시와 국가도시공원 지정 신청과 관련한 공동 포럼을 열기로 했다. 7, 8월 공원 페스타(축제)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쳐 10월에 인천공원페스타를 연다. 인천공원페스타는 근대 도시공원의 출발지인 자유공원(옛 만국공원)에서 열린다. 국가도시공원 지정 고시는 10월경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여러 가지 현안을 넘어야 한다. 공원 예정지 토지 소유자 일부는 국가도시공원 결정 취소와 현실가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소래염전과 인접한 경기 시흥시는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면적 축소가 불가피하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을 편입한다는 방침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시흥시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연평균 40만 명이 방문하는 시흥의 대표 랜드마크”라며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으로 일부 편입될 경우 명칭 사용을 못 해 지금까지 애써 만들어 온 정책이 힘을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이 관광객 이용에 따른 지역 경제 상승효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도시공원 지정이 이뤄지도록 힘을 쏟겠다”며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지정이 확정되면 도시공원 확대를 위한 협의를 시흥시와 시민, 전문가와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폐염전#소래습지#국가도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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