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무제한’ 기후동행카드 품귀… 웃돈 판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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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운영… 초기 물량 조기소진
아이폰엔 앱 설치 안돼 카드 사야
서울시 “10만장 추가 제작해 공급”
경기-인천선 사용못해 ‘반쪽’ 지적

29일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29일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기후동행카드 2장 있습니다. 1장당 6000원에 팔겠습니다.”

26일 한 온라인 중고거래 웹사이트에는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실물카드를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가 3000원인 카드를 2배 웃돈을 얹어 판 것. 그나마 4000, 5000원에 판매하겠다는 글도 있었는데 이미 거래 완료 상태였다. 최근 초기 물량이 조기에 소진돼 실물카드 품귀 현상을 겪자 벌어진 현상이다. 서울시가 시내 대중교통을 월 6만 원대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27일부터 시범 운영 중인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실물카드를 구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 실물카드 품귀 현상에 “10만 개 추가 제작 중”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출근길에 만난 직장인 김모 씨(36)는 “시간 날 때마다 편의점에 들러 기후동행카드 재고를 확인하는데 아직도 물량이 없어 못 샀다”며 “한 달 교통비가 10만 원가량 나와서 3만∼4만 원은 아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당분간 구하기 어렵다고 해 아쉽다”고 했다.

실물카드가 조기에 소진된 건 스마트폰 이용자 중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만 기후동행카드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 보안 정책상 앱 설치가 안 돼 실물카드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기 실물카드 13만 개 물량이 빠르게 소진돼 재고가 떨어지고 있다”며 “추가로 10만 장을 최대한 빨리 보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물카드는 현금으로만 충전이 가능한 것도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매일 강남에서 종로로 출근하는 이모 씨(28)는 “아이폰에서 앱이 안 되는 것도 불편했는데 현금 충전만 가능하다는 걸 듣고 구매하지 않았다”며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평소에 현금을 안 가지고 다니는데 자주 쓰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전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 출발하는 경우 아직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반쪽짜리 무제한 이용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예외 구간을 제외하고 신분당선 및 다른 시도 면허 버스, 광역버스는 기후동행카드 이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기 수원시 정자역에서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으로 출근하는 박모 씨(32)는 “신분당선 노선에 서울에 있는 지하철역이 7개나 되는데 혜택을 못 받게 돼 실망스럽다”며 “하루빨리 수도권 출퇴근자도 혜택을 받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오세훈 “이르면 4월 신용카드 충전 도입”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중구 2호선 시청역을 찾아 직접 기후동행카드를 구입해 사용하며 현장점검에 나섰다. 오 시장은 “(충전 시) 현금만 써야 하는 불편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시민이 많아 서두르면 아마 4월부터는 신용카드로 충전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 같다”며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도 도입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과 같은 생활권인 경기도 등이 기후동행카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오 시장은 “최대한 빨리 관련 지자체와 협의해 한 명이라도 더 불편 없이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23일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한 이후 2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20만 장 넘게 팔렸다. 시행 첫날인 27일부터 이틀간 하루 평균 7만여 명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기후동행카드#품귀#웃돈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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