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기업에 ‘플라스틱 감축’ 촉구하는 소비자들[기고/김진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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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솔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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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무대 위에서 지구를 관리하는 초월적 존재들이 있다. 이들은 무대 위에 놓인 ‘파괴’라는 스위치를 누를까 말까 줄곧 고민한다. 무대는 이후 인간을 조명한다. 인간은 일회용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무대는 점차 플라스틱 쓰레기로 채워진다. 시간이 흘러 무대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에서 산소통을 착용한 인간은 쓰레기 더미를 쓸쓸하게 파헤친다.

이는 연극 ‘Flow:er’의 내용이다. 쓰레기로 가득한 무대가 남의 일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이는 실제 우리가 마주할 미래다. 플라스틱 폐기량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증가하면 2030년에는 10년 전인 2020년 대비 1.5배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게 된다.

필자는 4년간 그린피스에서 ‘플콕조사’를 진행했다. 플콕조사는 일주일 동안 자신이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의 제조사를 애플리케이션(앱)에 기록하는 친환경 활동이다. 필자는 이 조사를 진행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30대 주부는 재활용품 분리 배출에 진심이었다. 플라스틱 용기도 깨끗하게 세척하고 종류별로 나눠 수거함에 전달했다. 하지만 전 세계 폐기물의 9%만 재활용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생각이 달라졌다. 개인이 혼자 분리 배출을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플콕조사에 합류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급에서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다고 느꼈다. 그는 학생들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등 쓰레기 감축을 독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 뒤에는 마시고 버린 음료수 페트병 쓰레기 등이 항상 넘쳤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매점에서 음료를 사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페트병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학급 아이들과 함께 플콕조사에 참여했다.

지난 4년 동안 1만 명 이상이 플콕조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들은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 차원의 노력을 넘어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올해 플콕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생수 등 음료 기업의 쓰레기 배출이 전체 쓰레기의 37.6%에 달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상위권 10개 음료 제조사는 4년 동안 순위를 바꿔가며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기업에 소비자의 이름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기업은 플라스틱 오염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안으로 용기 재사용 시스템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 쓰레기로 가득 찬 연극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김진솔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음료 기업#플라스틱 감축 촉구#플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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