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만 500번째’…헌혈왕 할아버지와 함께 팔 걷은 손자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24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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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5번째, 부산 3번째 500회 헌혈자
생애 첫 헌혈하는 고등학생 손자와 동행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값진 일이 헌혈 아니겠습니까.”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고도 불리는 헌혈. 이를 48년간 이어오고 있는 이영호(69)씨는 24일 오후 그의 손자 김지겸(16)군과 함께 부산진구 헌혈의 집 서면센터를 찾았다.

이날은 두 사람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다. 할아버지 이씨는 500번째 헌혈을, 손자 김군은 생애 첫 헌혈을 하는 날이다.

헌혈 가능 연령인 만 16세를 갓 넘긴 김군은 그간 꾸준히 헌혈을 하는 할아버지 모습을 보고 자신도 헌혈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그의 앳된 얼굴에는 첫 채혈에 대한 긴장감과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할아버지 이씨는 역시 ‘헌혈 경력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문진을 마치고 채혈 의자에 앉아 옷소매를 걷은 팔을 내미는 이씨의 행동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이씨가 헌혈을 시작한 것은 1977년 1월 18일 부산역 앞에서 우연히 ‘헌혈 차’를 보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군인 신분이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지만, 헌혈은 이제 그에게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씨는 “신앙생활을 하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됐다”며 “가장 쉽고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 헌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기계 기술자로 일하며 큰 산재사고를 2번 겪었지만, 건강을 회복하고 나면 또다시 헌혈을 했다는 이씨. 이렇게 48년간 헌혈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건강 유지 비결로 ‘금주와 금연의 생활화’를 꼽았다. 옛날부터 술과 담배를 멀리했다는 이씨는 자신이 비록 노인에게 가까운 모습과 나이이지만, 지금도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평소 헌혈을 알리는 홍보 캠페인 활동에도 진심으로 소문나 있었다. 그렇듯이 그가 지역 곳곳을 누비며 사람들에게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투자한 시간만 무려 2000여 시간이다.

이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자란 손자 김군은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김군은 “할아버지께서 그동안 헌혈을 많이 하셨다는 게 너무 대단하고, 저도 앞으로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해서 헌혈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만 70세를 앞둔 이씨는 현행법에 규정된 헌혈 연령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씨는 “헌혈 가능 연령이 우리나라는 만 69세까지로 규정돼 있는데, 저는 곧 만 70세가 되지만 오늘도 전혈 헌혈을 할 만큼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며 “헌혈의 제한이 나이가 아닌 건강 수준이 되게끔 그 기준이 변경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날 헌혈을 무사히 마친 이씨는 전국 95번째이자 부산 3번째 500회 헌혈자로 기록됐다.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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