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수사무마 브로커 “법무장관-검찰총장 통해야” 13억 뜯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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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청탁-로비로 이어졌는지 추적
임정혁 前 고검장도 피의자 조사

 
백현동 개발 민간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의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임정혁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전 고검장)를 14일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이날 임 전 고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수사 무마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는 곽정기 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전 총경)도 13,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임 전 고검장은 1억 원, 곽 전 총경은 7억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모두 “변호사로 선임돼 합법적 변론 활동을 하고 대가를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정 대표로부터 수마 무마 청탁 대가로 13억 원 이상을 받은 부동산 업자 이모 씨(수감 중)를 지난달 구속 기소하면서 이 씨가 “일개 부장검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정 대표에게 말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올 5월경 정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10억 원이 있으면 위에다 얘기해 백현동 개발 비리 관련 수사를 덮어버릴 수 있으니 우선 현금으로 2억 원을 만들어 달라”며 이렇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 대표는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법인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이 씨에게 바로 2억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씨가 돈을 받은 후 실제로 수사 무마 청탁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올 6월 정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에도 이 씨는 “구속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100분의 1 확률인데 그걸 뚫어냈다”며 “그 사람이 엊그제 영장전담판사와 골프를 쳤다. 그 사람을 통해 영장 발부를 막게 현금 3억 원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이 씨가 정 대표로부터 받은 돈은 총 13억3616만 원에 달했지만 정 대표는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이 씨가 실제로 고위공무원에게 청탁을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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