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 마리 1000원…‘금(金)붕어빵’ 된 서민 간식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8시 07분


비싸도 손님 많아…‘2개 구매’ 제한도
재룟값 상승 탓 노점은 오히려 줄어

“단팥빵도 1500원이면 사 먹는데 길거리 붕어빵이 1000원인 건…비싸죠.”

13일 오후 1시께 서울 중구의 한 붕어빵 노포 앞. 강형우(38)씨는 직장 동료와 함께 후식으로 먹을 붕어빵 6마리를 사며 현금 5000원을 건넸다. 그는 “옛날에는 5000원어치 사면 쟁여뒀다가 두고두고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눠 먹으면 맛만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1마리에 900원, 3마리에 25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를 가리켰다.

이날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올겨울 붕어빵 가격은 수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뛴 모습이다. 가격은 대체로 3마리에 2000원 수준으로, 마리당 700원꼴이다.

중구의 또 다른 노포는 한 마리당 1000원에 붕어빵을 팔고 있었다. 노포를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작년에는 1000원에 2마리로 팔았는데 전체적인 물가가 다 올라서 가격을 올렸다”고 전했다.

왕래가 많은 번화가는 이미 붕어빵 한 마리에 1000원 이상 하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붕어빵을 비롯한 길거리 음식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가슴속 3천원’을 보면, 서울 강남구의 후기가 많은 붕어빵 가게 14곳 중 3마리에 2000원에 파는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리당 1000원 이상 가격이었다.

비싼 가격에도 붕어빵을 찾는 손님들은 여전히 많은 모습이다.

도봉구에 사는 엄모(32)씨는 “최근에 붕어빵을 사러 갔는데 한 사람당 2개 이상은 못 사게 하더라”며 “마리당 1000원씩 하는 비싼 가격이었는데도 줄이 10m 가까이 늘어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이모(25)씨는 “하루에 300개 정도를 만들어서 3~4시간 만에 모두 판매한다”며 “사람이 많으면 더 빨리 팔기도 한다”고 했다.

붕어빵을 찾는 손님은 늘어나지만 노점은 오히려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관악구에 사는 송모(25)씨는 “봉천동에서 명물로 불리던 붕어빵 가게도 최근에 문을 닫았다”며 “요즘 붕어빵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누리꾼들이 붕어빵 노점의 위치를 공유하거나, 붕어빵 시세를 비교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길거리 음식지도 앱에도 덕분에 붕어빵 가게를 쉽게 찾는다는 후기가 달렸다.

붕어빵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게 된 배경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목된다. 고물가 영향으로 붕어빵 재료의 가격이 급등해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장사를 접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붕어빵 반죽에는 밀가루와 우유·식용유 등이 들어간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유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5.9% 올랐다. 식용유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6% 오르는 데 그쳤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47.9%, 밀가루 물가는 1년 전보다 0.2% 내렸지만 2년 전보다는 36.5% 뛰었다.

붕어빵 앙금 재료인 팥 역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수입 붉은팥 40㎏ 가격은 2021년 말 25만8400원에서 2022년 말 27만200원까지 올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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