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90만원” 불법 입시 컨설팅 판쳐… 당국 “인력 부족” 손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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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데이터 누적… 예측 정확” 홍보
유명 업체 “곧 마감” 선입금 요구도
“강남 수천개 학원, 단속 인원 6명뿐”
“공교육서 컨설팅 여건 조성해야”

“시간당 70만 원이라 상당히 부담은 되는데 남들이 다 받는다길래 고민이에요.”

충남 공주시에 사는 재수생 김모 씨(20)는 최근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 컨설팅 학원에 정시모집 컨설팅 비용을 문의했다. 그는 “재수학원 비용까지 내며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 죄송하긴 하지만 다시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불안한 마음에 컨설팅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8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강남구 일대에선 법적 교습비 상한액의 2, 3배를 웃도는 고액 입시 컨설팅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 초 예정된 정시모집을 앞두고 ‘불수능’에 당황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인데, 교육 당국은 단속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은 모습이다.

● 법적 교습비 3배 요구하기도


정시 컨설팅은 학생의 수능 및 내신 성적 등을 고려해 가, 나, 다군에서 어떤 대학에 지원하는 게 좋을지 조언해주는 서비스다. 컨설팅 업체들은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자 미달이 발생하거나 경쟁률이 낮은 대학과 전공 등을 예측해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고 홍보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 6일까지 약 한 달 동안이 컨설팅 업계의 최대 성수기”라며 “1시간∼1시간 반가량 컨설팅을 받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대치동 컨설팅 업체 8곳과 접촉한 결과 요구하는 시간당 금액은 평균 54만 원이었다. 또 유명 컨설팅 학원일수록 요금이 비쌌다.

문제는 요구하는 액수가 대부분 학원법 시행령에 정해진 ‘진학상담·지도(컨설팅)’ 비용을 넘는다는 것이다. 학원들은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정한 교습비 상한을 지켜야 하는데, 대치동의 경우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컨설팅 비용으로 1분당 5000원, 1시간당 30만 원을 넘게 받을 수 없다.

취재팀이 접촉한 학원 중 기준을 지킨 곳은 8곳 중 2곳에 불과했다. 시간당 90만 원을 받는다는 대치동의 한 컨설팅 업체는 “대면 상담은 이미 마감됐고 전화 상담도 금방 마감될 예정”이라며 “대면과 전화 상담 금액은 동일하며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 전에 결정해야 예약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선입금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 유명무실한 규제

규정을 초과하는 고액 컨설팅이 만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원법 시행령에 따라 교습비 기준을 초과한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와 벌점을 부과하고, 벌점이 누적되는 경우 교습 중지나 말소 처분까지 할 수 있다. 미등록 업체 운영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남서초지원청 관계자는 “관할 지역의 등록 학원만 3921개인데 단속 인원은 6명뿐”이라며 “(현실적으로) 단속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공교육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사기업의 고액 컨설팅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박모 씨(50)는 “올해와 같이 어려운 ‘불수능’이 이어지면 불안한 마음에 고액 컨설팅을 받으려는 수험생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하는 정시 컨설팅은 정확도가 높지 않음에도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고액을 받고 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개인 등수나 과거 대학별 점수 등을 상세히 공개하고 공교육에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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