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명의 대포폰까지 유통한 20대 가해男 ‘징역형 집유’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11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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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명의 계좌, 보이스피싱에도 이용돼
법원, 징역 2년4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청소년 시절 동급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도 모자라 성인이 돼서도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대포폰으로 유통하는 등 각종 범죄에 악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0대 때부터 수년간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나이가 같은 가해자에게 존댓말을 쓰는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굴복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판사 김동희)은 사기, 공갈,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21)씨에게 징역 2년4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5월 피해자 B(21)씨가 만 19세가 되자 휴대전화를 개통시켜 대포폰으로 유통하거나 대출을 받아 재산상 이익을 편취할 것을 지인과 공모했다.

같은달 A씨 등은 B씨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 2대를 대포폰으로 유통해 돈을 취득했고, 단말기 대금이나 통신요금은 B씨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B씨가 휴대전화 개통을 거부하면 A씨는 “오늘 말이 안 통하니까 좀 맞고 정신 차리자”면서 주먹으로 B씨의 왼쪽 얼굴을 5대가량 때려 겁을 줬다.

A씨 등은 또 “작업 대출을 해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너한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대출금을 갚겠다”고 B씨를 꼬드겼다. 이후 B씨가 휴대전화를 건네주자 은행 앱에서 B씨 명의로 500만원을 대출받아 전액을 가로챘다.

A씨 등의 범행은 대담해졌다. 같은해 8월 이들은 B씨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양도한 뒤, 피해금이 입금되면 이를 인출해 중간에서 가로채기로 마음먹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양도된 B씨의 계좌는 실제 사기 범행에 이용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2명의 피해금 총 1478만원이 B씨의 계좌로 이체됐고, A씨 등은 이 가운데 총 586만원을 자신들의 계좌로 옮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신고로 B씨의 계좌를 비롯해 피해금을 송금받은 A씨의 계좌까지 모두 지급정지됐다. 그러자 A씨 등은 ‘앞서 빌린 돈을 계좌이체 해서 갚은 것일 뿐 보이스피싱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계좌들의 지급정지를 해지하기로 공모했다.

A씨는 인천 부평구의 한 주점으로 B씨를 데려가 주먹으로 옆구리를 세게 가격하면서 “글씨 똑바로 예쁘게 써라. 이번에도 이상하게 쓰면 밖에 나가서 맞을 줄 알아라”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B씨는 “제가 A씨 등에게 빌린 돈을 계좌이체로 갚았는데 그 돈이 보이스피싱으로 취득한 돈이다”는 취지의 차용증을 강제로 작성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하고, 지급정지된 계좌를 해지하도록 B씨를 폭행·협박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B씨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범 C(22)씨에게는 징역 2년, D(24)씨에게는 징역 2년4개월의 실형이 각각 선고됐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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