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 전산 업무 전가 안된다”던 윤희근 경찰청장 ‘채찍 대신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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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3일 0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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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66주년 112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2/뉴스1
윤희근 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66주년 112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2/뉴스1
윤희근 경찰청장이 채찍 대신 당근을 꺼내 들었다.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일부 경찰관들의 전산시스템 활용 능력이 미숙하다는 지적에 따라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한 후 문책 대신 포상과 교육 카드로 선회했다.

고연차 경감급 간부를 겨낭한 ‘표적 감사’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힌 데다가 조직 개편 등으로 내부의 동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감사관실은 지난 9월 중순부터 6주간 지구대 등 전국 280여개 지역관서 900명 지역경찰을 대상으로 전산장비 활용실태를 점검했다. 관서당 4~6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와 112시스템, 지역경찰포털 등 업무시스템 7종의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고연차 경감급 경찰관의 실무 능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번 감사를 진행했다. 윤 청장은 내부 회의에서 경감급 간부 경찰관들을 향해 “일부 업무처리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킥스를 활용한 사건처리, 보고서 작성 등이 미숙해 후배에게 업무를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특정 계급을 타깃(표적)으로 한 청장의 공개 비판과 감사 예고에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경위·경감 등 현장경찰관들이 킥스를 하지 못해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냐”며 “지휘부가 하위직 경찰관들을 노예처럼 다루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조직 내부 불만 등을 고려해 윤 청장은 이번 감사 결과에서 역량이 부족한 직원도 ‘불문’(책임을 묻지 않음) 하기로 결정했다. 잇따른 흉기난동으로 지역경찰의 업무가 크게 늘어나고,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조직 내부의 스트레스가 상당하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내부망 공지를 통해 “분명히 미흡한 관서들도 있었고 여러 문제점이 확인되기도 했다”면서도 “경찰청장이 그간의 현실적 여건과 지역 경찰의 사기 등을 고려해 부족한 부분은 불문으로 처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윤 청장은 전산 활용 능력이 뛰어난 직원과 정비가 잘 이뤄진 관서를 포상하기로 했다. 또한 업무시스템 7종을 익힐 수 있는 시도청별 교육과정도 신설했다. 1차 원격교육 후 평가 불합격자는 2차로 원격교육을 받고 또다시 떨어지면 3차엔 소집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윤 청장은 내부망을 통해 “교육 지도 차원의 점검을 정례화하겠다”며 “긴장감이 유지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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