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이정근 “강래구 부끄러워…난 벌 달게 받겠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30일 2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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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 의원 등 공판서 증인으로 법정 증언
지난기일 이어 "강래구가 총괄" 주장 계속
"1천만 부탁 왜했나" "잘알지 않느냐" 공방
내달 13일 공판서는 강래구 증인으로 신문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이른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핵심 역할을 맡았다고 거듭 증언했다.

법정에서 한 차례 강씨와 공방을 빚었던 이 전 부총장은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진실을 밝히고 자기 행동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도 밝혔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김미경·허경무) 심리로 열린 강씨의 정당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는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부총장 측은 증인신문과 관련해 “제게는 대단히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라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공동피고인들에게 뼈아픈 일이겠지만, 민주당과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저의 발언이 동지들에게 비수가 될 수 있음을 알고 마음이 아프지만, 제가 두 번에 걸쳐 진술한 내용은 저 역시 공동피고인이며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라면서 “오늘 강씨와 ‘도토리 키재기’ 같이 서로 네 책임이냐 묻는 것이 부끄럽고 불편했지만, 제가 맡은 직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달게 벌을 받겠다”고 했다.

이 사건 피고인은 강씨와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중첩되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전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의 재판도 병행해 이 전 부총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송 전 대표의 경선캠프 내 조직본부장을 맡게 된 것은 강씨의 추천이었으며, 실제 조직을 총괄하는 역할은 강씨가 도맡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특히 강씨를 비롯해 이성만 무소속 의원 등이 돈봉투 의혹 관련 자신이 먼저 금품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두고 배신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반대신문에서도 이 전 부총장은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강씨의 변호인 측이 두 사람의 녹취록을 근거로 ‘증인이 조직을 주도하고,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자 “강씨가 저를 캠프에 상근하게 했으며, 조직본부는 낯선 분야기에 강씨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보고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의 말대로 제가 강씨에게 지시하는 상황이었다면 알아서 (일을) 꾸미면 되지 뭐 하러 세세하게 강씨에게 물어보느냐”고 되물었다.

변호인이 거듭 녹취록을 재생하며 강씨의 역할이 ‘조언을 주는 정도’라고 주장하려 하자 이 전 부총장은 “변호인의 의도는 나이 차이가 있는데 누가 지시를 하고 받느냐 같은데, 정치는 나이가 아닌 경력”이라며 “강씨는 과거 대선 캠프에서 조직 총괄을 맡았다고 들었다. 저보다 정치에서는 한참 선배”라고도 받아쳤다.

피고인 직접 신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법정 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강씨가 “이성만 의원에게 돈을 받기 전날 나와 장시간 통화를 했는데, 이씨가 저에게 1000만원을 부탁했다.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안 하고 1000만원 정도 마련해 보라고 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건 강래구씨가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에 강씨가 “그렇게 말하지 말라” “중요한 얘기는 녹취에 빠져있다”며 “녹취에 없는 부분을 질문하면 만나서 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하자 이 전 부총장은 “날짜를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기 때문에 검사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강씨는 또 “나는 박용수(송 전 대표의 전 보좌관)와 1년에 전화 한 통 안 할 정도로 사이가 소원한 사람이다. 선거 때 캠프에 자주 왔다고 말했는데, 저는 관계가 이렇기에 캠프를 거의 안 갔다”고 지적하자 이 전 부총장은 “제가 강씨에게 묻고 싶은 게 총괄이 아니었느냐”며 “저한테는 ‘내가 총괄이다’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총장은 강씨를 겨냥해 “하루 종일 부끄럽고 불편하다. 결국 도토리 키재기인데, 나에게 ‘부총장 넘겨라’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당이 무슨 나눠 먹는 초콜릿도 아니고”라며 “그래도 정치는 선수 경력으로 따지기에 강씨를 선배로 생각해 배웠는데, 선거 끝나고 내게 ‘비켜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격한 감정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피고인인 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씨는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한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강씨를 비롯해 이 전 부총장 등이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받은 기부금 5000만원에 캠프 자금을 합친 6000만원을 같은 해 4월27~28일 이틀에 걸쳐 윤 의원에게 건넸고, 이 돈이 다른 의원 20명에게 300만원씩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박씨는 비슷한 시기 서울 지역 상황실장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50만원, 전화선거운동을 위한 콜센터 운영비 명목으로 7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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