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산불, 전신주 관리 소홀한 한전 직원 책임?…대법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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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0월 18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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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4일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 뉴스1
2019년 4월 4일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 뉴스1
2019년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해 강원 산불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전력 소속 전·현직 직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18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상실화, 업무상과실치상, 산림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전 전현직 직원 7명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4월 4일 강원 고성·속초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899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와 함께 산림 1260㏊가 불에 탔고 주민 2명이 화상 등의 피해를 봤다.

검찰은 한전 직원들이 도로변에 설치된 전신주 하자를 방치했기 때문에 끊어진 전선에서 발생한 불티가 산불로 이어졌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전신주 하자로 전선이 끊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신주 하자 때문에 단선됐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하자를 방치했다고 볼 수 없고 이 때문에 산불이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전현직 직원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데드엔드클램프(전선고정장치)에 스프링와셔가 빠져있던 설치상의 하자는 인정했지만 이로 인해 산불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거나 그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동해안에 매년 국지적 강풍이 불어 전선 관리 업무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전의 점검지침이나 규정을 만들지 않은 구조상·체계상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전 속초지사 소속 피고인들 개개인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한전의 지침이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뿐인 직원들에게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들에게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책임을 물으려면 같은 업무·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인의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당연히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한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조차도 이 사건 전선의 꺾임 현상이 하자인지 여부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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