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는데 피해자가 됐다”…여동생 암매장한 모친 선처 호소한 아들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6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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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잊고 살았는데 (내가) 피해자가 됐다. 피해받은 것이 없어 심리상담을 받을 것도 없다. 엄마가 구속돼 의지할 곳이 없고 혼자 버티기 힘들다. 엄마가 보고싶다.”

아들이 보는 앞에서 생후 일주일 된 딸을 텃밭에 파묻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친모의 고등학생 아들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26일 살인 및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4·여)씨에 대한 속행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장은 A씨의 양형조사보고서를 검토하며 A씨 아들 B(18)군의 진술 조서 일부를 낭독했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른 2016년 당시 11살이던 아들 B(18)군은 친모가 여동생 C양을 유기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B군은 해당 사건을 잊고 살았기에 자신은 피해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미성년자인 B군은 모친의 부재로 인해 힘든 상황임을 토로하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피해아동 C양 측 국선변호인은 “사망한 성명불상의 아이가 입은 피해는 영구적으로 회복될 수 없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망한 아이가 느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컸을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류 부장판사는 A씨에게 “(C양을)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지” 묻기도 했다. A씨는 “일단 낳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장은 “출산 이후의 상황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할 계획이었는지”, “그때도 혼자 일해서 B군을 키웠는데 (C양을) 양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등을 물었다.

A씨는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듯이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재판부는 A씨 측 변호인에게 “피고인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부분을 확인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의 다음 속행공판은 11월14일 오후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A씨는 2016년 8월 중순 경기 김포시 대곶면의 사유지 주택 텃밭에 생후 일주일가량 된 딸 C양을 암매장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는 11살이던 아들 B군에게 C양을 유기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경찰은 지난 7월6일 A씨가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텃밭에서 C양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7년 만에 발견했다. 이 텃밭은 A씨의 부모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C양을 출산할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이었다. 이후 이혼해 아들 B군을 혼자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인천 미추홀구는 출생 미신고 아동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사망해 유기했다”는 친모 A씨의 진술을 확보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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