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품, 빗장 풀고 나온다…서초동에 ‘보이는 수장고’ 건립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12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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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옛 정보사 부지에 국내 첫 미술관형 수장고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처럼…소장품 적극 개방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옛 정보사 부지에 국내 최초의 ‘보이는 미술관형 수장고’가 건립된다.

서울시는 박물관·미술관의 소장 작품을 시민과 공유하는 국내 첫 미술관형 수장고를 오는 2028년까지 건립한다고 12일 밝혔다. 예술품의 일부만 전시하고 나머지 작품을 폐쇄된 수장고에 보관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소장품을 적극 개방하는 미술관 형태의 수장고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 뮤지엄(박물관·미술관)의 패러다임은 작품을 단순히 ‘관리·수집’하는 것을 넘어 ‘개방·활용’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네덜란드 출장 중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 수장고를 방문한 뒤 이번 수장고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박물관 공원에 위치한 개방형 수장고로 보이만스 판 뵈닝언 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약 15만점을 수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이다.

옛 정보사 부지에 들어서는 미술관형 수장고는 대지면적 5800㎡, 연면적 1만9500㎡으로 조성된다. 이번 수장고 건립에는 총 126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해당 부지는 민간 컨소시엄 SBC PFV가 추진하고 있는 ‘서리풀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의 기부채납으로 마련됐다. 서리풀 특별계획구역은 서초구 서초동 1005-6번지 일대(9만7275.2㎡)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민간 컨소시엄이 인센티브를 위해 토지와 건축물을 조성해 공공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서초구 등은 협의를 거쳐 이날 민간컨소시엄과 협약식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미술관형 수장고를 통해 그간 공개되지 않은 서울시 소장품을 약 30%까지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장고를 찾는 관람객들은 공예, 조각, 회화, 고고(考古)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서울 대표 소장품 약 10만점을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된다.

현재 서울시가 보유 중인 문화예술자원은 지난 6월 기준 약 45만점으로 현재 전시 등을 통해 약 5%만 공개되고 있다. 폐쇄 수장고에 보관된 나머지 작품들은 도난·훼손 우려 등으로 일부 연구자와 관계자에만 허용되고 관람객들의 접근은 거의 허용되지 않고 있다.

미술관형 수장고는 학예사·전문교육을 받은 가이드 등을 통한 작품 체험부터 수장고에서 이뤄지는 생생한 작업 현장까지 서울의 문화예술유산을 가까이에서 관람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할 예정이다. 소장품의 보존 처리와 분석을 담당하는 ‘보존처리공간’도 시민에게 개방한다.

수장고의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종합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콘텐츠 차별화에도 나선다. 건축가의 설계 의도나 건축 과정, 건축 방식과 특징 등을 설명·체험할 수 있는 창의적·혁신적 건축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 개방형 수장고 고입은 최근 세계적인 박물관·미술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선도적인 시대의 아이콘(icon)”이라며 “창의적 건축물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는 수장고 랜드마크를 건립하기 위해 국내외 건축가 7명을 초청해 설계 공모를 진행한다. 심사위원은 국내 3명, 해외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하고 예비 심사위원 1명을 추가 선정했다. 설계 공모 심사는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개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는 오는 12월 심사를 거쳐 연내 설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설계 공모에 참여하는 해외 건축가로는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 애플 파크, 전 세계 애플 스토어를 설계하고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포스터 앤 파트너스사(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뮌헨 알리안츠 아레나를 설계하고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헤르조그 드 뫼롱사(스위스)’,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을 설계한 ‘MVRDV사(네덜란드)’, IOC본부와 UN 시티(City)를 설계한 ‘3XN사(덴마크)’가 참여한다.

국내 건축가로는 부띠끄 모나코,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을 설계한 조민석, 클리오 사옥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임재용,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자 유현준 건축가가 참여한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유례가 없을 만큼 세계적 건축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혁신과 도전, 실험이 실현되는 건축물이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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