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만한 엄마, 하늘서 아빠·언니랑 잘지내요” 5명 살리고 떠난 강미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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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30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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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린 강미옥 씨(58·여).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린 강미옥 씨(58·여).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갑작스럽게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뇌사 상태였던 강미옥 씨(58)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 간, 신장(좌우)을 기증하고 숨졌다.

강 씨는 지난달 22일 개인 사업장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은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고 했던 강 씨의 생전 뜻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경북 영덕군에서 5남 2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강 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챙겨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며 난타와 라인 댄스 등을 배우길 좋아했다.

강 씨의 딸 이진아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와 사별했고, 친언니는 22세에 사고로 떠나보냈다”며 “이 세상에 남은 건 엄마랑 나밖에 없었는데 고생만 하고 떠나신 것 같다.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강 씨를 향해 “다음 생에 만나서는 오래오래 헤어지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하늘나라에서 아빠랑 언니랑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며 “엄마가 사랑하는 손자 시현이와 씩씩하게 잘 지낼 테니 가끔 꿈에 나와달라. 엄마는 내 인생의 전부였고 삶의 낙이었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되신 기증자 강미옥 님과 유가족에게 생명나눔 실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살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름답게 이별해 기억되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모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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