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죄 없이 사신 분이데…” 황망한 죽음에 조문객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6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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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도 많이 하시고 평생을 죄 없이 사신 분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이모 씨(64)의 빈소. 이 씨의 지인 김모 씨(62)가 빈소 앞에서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쳤다는 얘기를 듣고서도 정말로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 씨는 3일 서현역 인근에서 최모 씨(22·구속)가 몬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6일 오전 2시경 끝내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이 씨는 외식을 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AK플라자 백화점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백화점 입구까지 100여 m 남겨둔 인도를 걷던 중 최 씨의 차량이 이 씨를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오후에 마련된 이 씨의 빈소에는 밤 늦게까지 통곡이 이어졌다. 이 씨의 딸은 조문객을 붙잡고 “우리 엄마 어떡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의 지인 최모 씨는 “평소 밝은 성격의 가정주부였다”며 “딸들도 다 키우고 이젠 노후를 즐길 일만 남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 씨의 조카 A 씨는 “평소 부부 금실이 무척 좋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비통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씨의 남편 이모 씨(64)는 이날 “착한 당신,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당신 사랑해요”라는 내용의 짧은 편지와 꽃다발, 커피 한 잔 등을 사건 현장에 놓은 다음 빈소로 돌아와 아내 곁을 지켰다. 이 씨는 빈소를 찾은 지인들의 손을 일일이 부여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딱 5분만 늦게 나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못 지켜줘 너무 미안하다”고 절규했다. 이날 서현역 인근 사건 현장에선 시민들의 편지와 조화가 놓이는 등 이 씨를 추모하는 행렬도 이어졌다.

성남=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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