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왜 자충수를 두지?” 증인석 앉은 故 김문기 장남, 침묵한 이재명[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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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7화입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분통해하고, 그런 정신 있었겠냐만 화가 많이 났는데요. 저는 왜지? 왜 자충수를 두지? 생각했습니다.”

이달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아들 김모 씨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 검찰이 가족의 입장을 묻자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이어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 전 1처장이 생전 이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는 것은 물론, 2018년 자신이 성남시청에 여권을 만들러 갈 때 동행한 김 전 처장이 “이쪽으로 성남시장에게 보고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증언하며 “정확히 기억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성남시 공무원 직접 신문한 이재명, 김문기 장남 나오자 ‘침묵’
이날 공판에는 총 3명의 증인이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 도시재생과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던 첫 번째 증인과 공사 소속으로 김 전 처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 인허가를 담당한 실무자 한모 씨를 직접 신문했습니다. 한 씨가 김 전 처장이 수차례 이 대표와의 친분을 언급한 것을 증언하자 이를 지켜보던 이 대표가 “제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뒤 직접 신문에 나선 것입니다.

이 대표는 한 씨에게 “당시 김 전 처장과 한 씨가 참석한 시장실 합동회의 주제는 사업성 여부가 아닌 법률적 문제였지 않느냐”며 “김문기 씨가 법률전문가도 아니고 법률이 주된 문제인데 거기서 무슨 대화랑 아이컨텍을 하고 그런 일이 있었을까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한 씨가 “법적인 건 정민용이 전부 말했지만 그 외 사업 전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자 “명확한 게 아니고 그랬을 것이다?”라고 반문하며 신문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세 번째 증인으로 김 전 처장의 장남이 나오자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 채 침묵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온 김 씨는 이 대표를 한번 쳐다본 뒤 자리에 앉았고 이 대표는 김 씨를 흘끗 쳐다본 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두 손을 모은 채 정면만 응시했습니다.

이날 공판에서 김 씨는 “식사 도중이나 저녁 밤 늦게, 주말에도 방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고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하셨다”며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수차례 직접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를 가족에게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의 조문을 오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알려지면 논란거리가 되고,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검찰)조사 들어갈 내용일 수 있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의 1차적 책임은 이재명 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의 신문이 끝날 무렵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김 씨는 약 10여 초간 고민한 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 어느 아버지가 자식에게 당신 업무 관련해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저는 들은 그대로 진실만을 이야기했고, 아버지가 저한테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이 대표는 김 씨가 증언을 하는 동안 시선을 책상에 고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유동규, “‘축구할 때 슛 넣지 그랬냐’와 똑같은 것”…‘유동규 진술’ 신빙성 흔들기 이어간 김용

매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집중 심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 공판에선 김 전 부원장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3일과 20일 공판에선 유 전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직접 출석했습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특히 20일 19회 공판에선 김 전 부원장이 세 번째로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2013년 3~4월경 상황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4월 초순경 남욱 변호사로부터 7000만 원을 받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이 “김용과 정진상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위로 갈 돈’이라고 말하지 않느냐”며 “왜 물증을 남기지 않았냐”고 질의하자 유 전 직무대리는 “의형제라고 생각해서 내가 책임지려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이 “(증인은) 김용이 아니라 정진상에게 ‘남욱에게 3억 원 불러볼게요’라고 했다고 했는데 최초로 7000만 원을 받았으면 우선 정진상한테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유 전 직무대리는 ‘축구’를 비유하며 격하게 반박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그 당시에 그렇게 하지 않았냐, 이런 거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납득이 될지 몰라도 축구할 때 ‘골 넣지 그랬냐’ ‘슛하지 그랬냐’ 이런 거랑 똑같은 거 아닙니까!”라며 반박했고, 변호인은 “틀린 비유잖아요”라고 맞받았습니다. 상황이 격해지자 재판장이 나서 “사후적으로 힐난할 일 아닌 것 같다”며 중재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1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 측은 일관적으로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파고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변호인 측이 신빙성을 의심하면 유 전 직무대리는 반박하고, 그러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다가 재판부가 이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은 이날도 반복됐습니다.

● 정진상, “이재명 만날 수 있게 보석 조건 완화해달라”
한편 지난달 13일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로 재판부가 바뀐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재판은 공판갱신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4일 재배당 이후 열린 첫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은 이 대표를 만날 수 있도록 보석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4월 21일 보석으로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 대표와) 공동 피고인인 만큼 사건 관계인 접촉 제한은 방어권제한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석 허가 거주지와 관련해서는 문제없이 진행 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 측과의 논의는 변호인들끼리 협의하면 되고, 두 사람의 만남이 필요한 경우 재판부에 미리 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말까지 공판갱신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인데, 이후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재판과 병합해 심리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4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법원은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갑니다. 사건 당사자에게는 휴식을, 재판부에게는 사건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기간입니다.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건, 구속 피고인의 형사공판과 영장실질심사를 제외한 재판부 업무는 이 기간 중단됩니다.

대장동 주요 재판들도 휴정기 이후 재개됩니다.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도 휴정기를 보내고 3주 뒤인 다음달 11일 돌아옵니다. 이날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열립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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