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 “오송 현장 갔다고 상황 바뀔 건 없어” 발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극한호우 피해]
오송참사 늑장대응 사과했지만
유족들 “직무유기 발언… 핑계 불과”
김영환 지사 “자괴감 표현한 것”

김영환 충북도지사(사진)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 보고를 받고 곧바로 현장에 가지 않은 걸 두고 “거기 갔다고 상황이 바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지사는 15일 참사 발생 약 1시간 후인 오전 9시 44분경 첫 보고를 받았고, 이후 괴산댐 월류 현장에 들렀다가 오후 1시 20분경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김 지사는 20일 오전 충북도청 신관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한없는 고통을 당하고 계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진심으로 속죄의 마음을 담아 명복을 빈다”는 조문록을 작성하고 눈물을 보였다.

다만 ‘심각성을 너무 늦게 파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아쉬움이 있는데 제가 거기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워낙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선 어떤 조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현장 도착이 늦은 것에 대해 “1, 2명 사상자가 나왔구나, 그런 정도만 생각을 했고 오송 상황의 긴박성이나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괴산댐이 붕괴되면 수백 명이 죽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쪽을 우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범석 청주시장은 분향을 마친 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빠져나갔다. 이 시장은 이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과 다치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들은 반발했다. 유족 대표 이경구 씨(49)는 “(김 지사의) 발언은 직무 유기이고 무책임한 태도”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고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날 오후 기자실을 찾아 “그때 그 자리에 서 있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조금 더 빨리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 이런 것들을 표현한 것”이라며 “거짓말 없이 고통스럽게 이 상황을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오송 참사#오송 현장 갔다고 상황 바뀔 건 없어#충북지사 발언 논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