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명 분’ 필로폰 밀수범 징역 30년 확정…마약사범 국내 최고 형량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14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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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국내→호주로 필로폰 밀수출 공모
국내에 있는 공범은 필로폰을 호주로 옮겨
필로폰 902㎏…3000만명이 투약 가능한 양

역대 최대 규모인 필로폰 902㎏을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된 주범에게 대법원이 징역 30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국내에서 마약사범에게 내려진 사상 최대 형량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이모(39)씨에게 징역 30년, 추징금 2억5127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박모(37)씨에게는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주범 이씨는 호주 국적자로 주로 베트남에서 생활하며 국제 마약 밀수조직과 손잡고 멕시코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들여온 뒤 호주로 밀수출하기로 공모했다.

멕시코에서 호주로 직접 필로폰을 밀수출하는 경우보다 국내를 통해 밀수출하는 게 상대적으로 단속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 있던 박씨는 이씨 지시에 따라 필로폰을 들여온 뒤 이를 호주로 다시 옮기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입은 지난 2019년 12월과 2020년 7월에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는데, 이들은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헬리컬기어(비행기 감속장치 부품) 20개 속에 필로폰 902㎏를 은닉해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필로폰 1회 투여량은 0.03g으로 이들이 밀수입한 902㎏은 무려 3000만명이 한 번에 투여할 수 있는 양이다. 도매가 기준으로 902억원 상당이다.

이후 박씨는 2021년 1월과 같은 해 4월에 헬리컬기어 11개에 필로폰 498㎏을 숨겨 호주로 밀수출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호주연방경찰에 적발됐고, 사건을 인지한 국내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국내에서 필로폰을 보관 중이던 박씨를 먼저 검거한 뒤 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필로폰 수입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대검찰청(마약·조직범죄과)은 법무부, 국정원과 함께 수사팀을 꾸리고 베트남 수사기관과 공조해 주범인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그를 국내로 송환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1심은 징역 30년, 수출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씨에게는 징역 5년이 추가로 선고됐다.

1심은 “마약류 범죄 가운데 수출입 범행은 국제적으로 마약류를 유통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수요와 공급을 새로 창출한다”며 “범죄조직에 판매자금 수입원으로 공급되게 함으로써 그 조직이 활성화하는 데 주요한 수단을 제공하는 점을 보면 사회질서에 심각한 해악을 미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후 2심은 이씨와 박씨에게 각각 징역 30년과 17년과 함께 추징금 2억5127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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