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다”…국내 첫 레즈비언 임산부, 혐오글에 한 말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7월 4일 11시 01분


코멘트
(왼쪽부터)김규진 씨와 배우자 김세연 씨가 출산을 앞두고 만삭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밀럽프로젝트 캡처
(왼쪽부터)김규진 씨와 배우자 김세연 씨가 출산을 앞두고 만삭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밀럽프로젝트 캡처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의 저자면서 국내 최초로 임신한 레즈비언이 된 사실을 밝힌 김규진 씨(31)가 맘카페에서 자신과 관련한 혐오글에 대응한 일화를 전했다.

김 씨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은 상상력이 부족하다”며 “맘카페에 레즈비언 출산 역겹고 어쩌고 하는 글이 있길래 ‘안녕하세요. 김규진인데 저도 맘인 걸 잊으셨나요?’ 하고 댓글을 썼더니 헐레벌떡 (글을) 지우셨다”고 밝혔다.

이어 “‘유교 관념에 갇혀 있어서 그런지 동성애자를 보면 가까이는 못 할 것 같다’는 글도 있어서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미 같은 공간에 있다’고 댓글을 달아드렸다”며 “이분은 ‘제 글에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글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자신의 동성 연인인 김세연 씨와 정식 부부가 됐다. 지난해에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다.

김 씨는 현재 프랑스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을 고려했지만, 정자 기증자를 찾기도 힘들고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입소해 몸조리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 부부는 한국에선 법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 얻을 수 있는 해택이나 법의 보호 등을 누릴 수 없다.

김 씨는 동성애에 대한 시선과 관련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유예기간’을 가지고 그때까지 세상을 바꿔보려고 노력할 계획”이라며 “만약 아이가 아빠가 없단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등의 일이 생길 경우 이민까지 고려 중”이라고 이야기했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