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문기 안다’ 해도 되는데”… 반박 없던 이재명[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7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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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5화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공직선거법 관련 7차 공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 안 합니까? 증인하고 논쟁, 토론할 일 아니었을 것 같은데.”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이 대표는 정민용 변호사가 2017년 6월 12일 대장동 사업의 배당 이익 관련 결재를 받을 때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함께 전 처장과 동행했다고 하자 이 같이 말했습니다. 굳이 두 사람에게 관련 보고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지난 공판에 이어 또다시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섰습니다. 이날 정 변호사는 당시 자신이 김 전 처장과 함께 배당이익의 현금화에 대한 보고를 위해 직접 시장실로 보고서를 가져갔고 이 대표가 해당 보고서에 동그라미를 치며 이야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미 정해진 거라 (서류가) 책상으로 오는데 굳이 증인을 불렀다는 거냐”고 반문했고 정 변호사는 “부르셔서 마지막에 결재 받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동그라미 안 쳐진 상태로 갖고 들어간거라고요? 말이 이상하지 않나요?”라며 “(미리 서류를) 비서실 갖다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증인이 갖고 들어갔다고 했잖아요. 아까 얘기하고 다른 것 맞죠? 네, 됐어요”라며 정 변호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질문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이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비서실에 갔다줬다는 서류와 정 변호사가 직접 들고 갔다고 주장하는 서류가 같은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유동규 “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는데… 오해를 살 부분도 있어 심적 부담이 컸을 것”
오후 재판에는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도 호주 출장 당시 낚시와 골프 일정처럼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신문 과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검사가 “증인은 이재명이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건데. 거짓말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는 “모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보기에 이 대표가 대장동에 본인이 관련돼 있다는 오인을 받는 것 자체가 싫기 때문에 전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김 전 처장) 몰랐다고 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검찰이 “김문기가 왜 극단적 선택 했다고 보냐”고 묻자 “(김 전 처장이) 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다”며 “민감한 시기에 경기도청에서 연락이 와서 ‘대장동 사업은 아무 문제 없다’는 서류 만드는 것을 도왔다.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처장은 이 대표가 대선을 준비할 당시인 2021년 9~10월경 캠프와 협력해 대장동 사업 관련 Q&A를 만들었는데 ‘대장동 개발은 모범적인 공익사업’이라는 취지로 설명돼 있습니다.

이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대표)은 대장동 사업이 본인 최대 치적이라고 당시에 홍보했는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뭔가를 부인하기 위한 말을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저는 이재명 시장을 오래 봤고 보고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웠던 게 당시에 그냥 ‘김문기 안다’고 하시고 그냥 ‘안타깝다’라고 해도 될 텐데. 왜 유가족 가슴에 못 박는지. 왜 저랬을까. 납득이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이 끝날 무렵 이 대표는 발언권을 얻어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유 전 직무대리가 김 전 처장과 함께 수차례 자신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는 그간의 유 전 본부장 진술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시장한테 기획본부장과 보고를 갔다면 당연히 업무일지에 있어야 하는데 기록이 없다”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그건 저도 모른다”고 답했다.

● 정진상 변호인단 “유동규 진술 믿을 수 없다”며 장외 여론전

이건태 변호사 등 정진상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유동규 증인신문 및 사건 병합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같은 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에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변호인단이 기자들 앞에 나섰습니다. 재판이 없는 날에도 뇌물수수 혐의 사건 핵심 증인인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지적하며 법정 밖 ‘장외 여론전’을 펼친 겁니다.

변호인단은 “거의 유일한 증거인 유동규의 진술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검찰의 공소사실에 맞춰 증언을 수차례 바꿨다며 검찰이 ‘불법 면담조사’를 통해 진술 변경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장 단계에서 검찰은 완벽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증거 다 열어보고 유동규 반대신문 해본 결과 그건 ‘뻥카’였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정 전 정무실장 재판이 이 대표 배임 재판과 병합된 것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재판을 진행하며 자신들이 유 전 직무대리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신문으로 재판부에 상당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했는데 이것이 백지화됐다는 겁니다.

● 이재명 대표와 함께 재판 받게 된 정진상

정 전 정무실장 측이 유감을 표시한 재판부 재배당은 언제 어떤 이유에서 이뤄졌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정무실장 뇌물 혐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부분을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로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조 부장판사는 “형사33부와 재판 일정을 논의하다 보니 (그대로 가면) 정진상 씨가 일주일 내내 법원에 나와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재배당 이유를 밝혔습니다.

형사합의33부는 이 대표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이 사건에서 정 전 실장이 공동 피고인인 만큼 별도로 심리하던 정 전 정무실장 뇌물 혐의도 함께 같이 다루게 된 겁니다.

이에 따라 형사합의23부에선 함께 기소된 유 전 직무대리만이 남아 나머지 재판이 이뤄지게 될 예정입니다. 해당 사건은 유 전 직무대리의 자백에서 시작됐고 매 회 법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가 거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속도가 낼 것으로 보입니다.

● 대장동에서 위례신도시까지 수사 확대되자 법원도 결국 교통정리 나서

법원이 재판부 합의를 통해 사건을 재배당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3월 검찰이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건의 혐의 사실이 대폭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재판부가 다뤄야 할 범위가 기존 대장동 관련 혐의에서 위례신도시 의혹까지 넓어진 겁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4인방이 먼저 기소된 대장동 본류 사건 재판을 진행하던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고심 끝에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2일자로 허가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이 받는 배임 혐의 액수가 ‘651억 원’에서 ‘4895억 원’으로 변경된 건데, 이는 3월 이 대표 기소 때 검찰이 적용한 액수와 같습니다. 공범 관계를 의심 받는 양쪽의 배임 액수가 일치하게 된 겁니다.

이준철 부장판사는 “변경된 공소사실 따르면 기존에 한 1년 6개월간 해왔던 증거조사, 증거 포함되지 않은 사실 관계, 그 사실관계 확인 위한 증거조사 절차 필연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소장 자체도 15쪽에서 65쪽으로 늘어났고, 배임 추정 액수도 커진 만큼 재판이 더 길어질 것이란 의미입니다.

이에 법원이 사건을 일부 재배당했습니다. 관련 사건의 증언과 쟁점이 반복되고, 증인과 서증의 중복, 피고인과 증인의 겹치기 출석으로 인해 방어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재판부와 피고인들의 계속된 민원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16일 기준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재판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형사합의22부는 대장동 본류 재판을, 형사합의33부에서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실장의 혐의를 집중 심리합니다. 형사합의23부는 김용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재판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21일에는 아직 병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대장동 5인방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두 번째 공판기일이 형사합의22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23일 금요일에는 같은 재판부에서 대장동 본류 배임 혐의 공판이 진행됩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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