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생중계 여학생 활동한 ‘우울증갤러리’, 성착취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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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들 “도와주겠다” 접근
미성년자에 성관계 유도하고 협박
경찰 “범죄 혐의점 살펴볼 것”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투신한 10대 여학생이 이용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가 이뤄졌다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6일 서울 강남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한 A 양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개설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갤러리에서 5년 전부터 활동해 왔다는 B 씨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SNS 대화에서 “우울증을 주제로 한 곳이다 보니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복용하거나 환경이 불우한 이들이 많이 이용한다”며 “상태가 불안정한 미성년자나 가출 청소년이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남성 이용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B 씨 등에 따르면 일부 성인 남성들은 댓글 등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후 만나서 술과 담배를 권하거나 일부는 성관계까지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피해자 동의 없이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후 “텔레그램 등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추적이 쉽지 않은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등에 단체 채팅방을 만든 뒤 성착취물 사진 등을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단체 채팅방에서 실제로 한 남성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착취물 사진을 수십 차례 요구당했다는 C 양은 “현실에 마땅히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하고 성착취물 요구에 응하게 만드는 수법”이라했다. 남성들은 채팅방을 몇 시간 단위로 삭제하며 관련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한다.

이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남성에게 납치당할 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성년자인 D 양은 “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한 남성이 만나자며 집 앞까지 찾아와 강제로 차에 태운 뒤 내려주지 않았다”며 “울고불고 애원해 간신히 내렸지만 무척 두려웠고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해당 게시판에서 일어난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해 수사를 시작했다가 같은 해 4월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차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9일 해당 커뮤니티에서 범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이른바 ‘신대방팸’에 대해 성착취 등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디씨인사이드와 방송심의위원회에 우울증갤러리 차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투신 생중계 여학생#우울증갤러리#성착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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