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80여곳에 ‘4·3은 김일성 공산폭동’ 현수막…유족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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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3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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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시청 앞 도로에 ‘제주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지난 22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시청 앞 도로에 ‘제주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제주에서 4·3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4·3은 김일성의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등장해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현수막은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4개 정당과 자유논객연합 명의로 내걸렸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폄훼와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으며 도내 4·3 기관들도 현수막 철거와 관계자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현재까지 도내 곳곳에는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80여 개가 설치됐다. 현수막에는 내달 4일까지 게시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제주4·3 관련 기관 등은 현수막을 게시한 단체들을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3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민예총 등은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제주4·3의 봄은 어디로 가고 손가락 총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던 그 엄동설한 시절이 부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도민과 4·3유족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현재 4·3특별법에는 4·3을 왜곡하거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다”며 “속히 처벌조항이 들어간 특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 “제주4·3을 다시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는 역사 왜곡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오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4·3 명예훼손과 역사 왜곡 방지를 위해 국회는 4·3 진상조사 결과와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를 모욕·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은 해당 현수막에 대응해 ‘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제주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에 대응해 ‘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김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제주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에 대응해 ‘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김 의원 페이스북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식에서의 경찰 발포 사건과 이어진 경찰의 과도한 검거 작전 등이 도화선이 됐다. 또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무장봉기는 남로당 중앙당 지시 없이 남로당 제주도당이 단독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4·3은 제주도의 특수한 여건과 3·1절 발포사건 이후 비롯된 경찰·서북청년단과 제주도민과의 갈등, 그로 인해 빚어진 긴장 상황을 남로당 제주도당이 (단독으로) 5·10 단독선거 반대 투쟁과 접목해 일으킨 사건으로 판단했다.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 당시 적게는 1만4000명, 많게는 3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잠정 보고됐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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