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적의 고려인 4세인 우엘레나 양(17), 김블라디미르 군(17)은 26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홍범도 공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우 양과 김 군은 지난해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나 친척들이 살고 있는 광주고려인마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압재를 받던 조선의 상황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같다”며 다음달 1일 홍범도 공원에서 열리는 3·1절 104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고려인 4세인 우엘레나 양(사진 왼쪽)과 김블라디미르군 이 26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홍범도 공원의 장군 동상 앞에서 3·1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우 양은 지난해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군의 포격을 피해 6개월 가량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 지역의 한 지하실에서 숨어서 지냈다. 지난해 10월 가까스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한국에 입국했다. 전쟁 직전까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던 우 양은 “우리에게 간절한 것은 평화”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한국으로 피신한 김 군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 독립국가가 되기를 희망 한다”고 말했다. 용접기술을 갖고 있는 김 군은 당분간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광주고려인마을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귀국 운동을 펼쳤다. 현재 875명의 우크라이나 국적의 고려인들이 전쟁을 피해 광주에 정착했다.
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홍범도 공원에서는 매년 3·1기념행사가 열린다. 다음달 1일 104주년 3·1기념행사에도 마을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에서는 3·1운동이 재현된다. 오전 10시경부터 일본 순사 복장을 한 오토바이가 마을 곳곳에 나타나면, 민족지도자 복장을 한 주민들이 만세운동 참여를 독려한다. 독려 방송을 접한 주민들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홍범도 공원에 모이고 만세삼창을 하게 된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들은 3·1운동 4년 후인 1923년 3·1만세운동을 기리기 위해 고려일보를 창간하고 연해주 지역에 독립기념문을 세웠다”며 “고려인들의 뜨거운 애국정신이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들에게도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