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 꼬깃꼬깃한 지폐 수북…‘원주 풀빵천사’ 9년째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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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 팔아 번 돈 매년 직접 전달
그동안 기부액만 총 2800여만 원

익명의 기부 천사가 9년째 강원 원주소방서에 기부금을 전달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원주소방서에 따르면 21일 오후 9시 반경 한 중년 여성이 소방서를 찾아와 직원에게 종이 상자를 전달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상자 안에는 1000원, 5000원, 1만 원 등 꼬깃꼬깃한 지폐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금액은 총 570여만 원이었다. 상자 겉면에는 ‘대한민국 소방 파이팅’, ‘안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고마워요’ 등 소방대원들을 응원하는 문구가 가득 적혀 있었다.

‘풀빵천사’가 21일 원주소방서에 전달한 기부 상자. 현금 570여만 원이 들어있었다. 원주소방서 제공
‘풀빵천사’가 21일 원주소방서에 전달한 기부 상자. 현금 570여만 원이 들어있었다. 원주소방서 제공
이 여성은 매년 이맘때면 원주소방서를 찾아와 돈 상자를 전달하고 갔다. 2015년 3월 풀빵 한 봉지와 259만 원이 든 상자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9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 전달 방식도 비슷했다. 그동안 이 여성이 기부한 돈은 총 2800여만 원이다.

원주소방서는 기부 초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기부자에 대해 수소문했고, 원주에서 풀빵 노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원주소방서는 기부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아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고 ‘풀빵 천사’라는 이름으로만 부르고 있다. 상자 겉면의 응원 문구는 노점을 찾은 손님들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이 어떤 이유로 소방서에 기부를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풀빵천사’가 21일 원주소방서에 전달한 기부상자. 꼬깃꼬깃한 지폐가 가득 들어있다. 원주소방서 제공
‘풀빵천사’가 21일 원주소방서에 전달한 기부상자. 꼬깃꼬깃한 지폐가 가득 들어있다. 원주소방서 제공
원주소방서는 이 기부금을 사회취약계층 소방시설 보급과 화재·구조 활동 물품 구매, 순직·공상자 특별위로금 등에 사용하고 있다. 박순걸 원주소방서장은 “기부자의 선행이 추운 날씨에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며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시민 안전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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