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에서) 개발이익의 70%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무를 방기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거액의 배임 혐의를 적용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A4용지 150여쪽에 달하는데 가장 많은 부분이 할애된 된 것 역시 4895억 원의 배임 혐의라고 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 전 과정에서 지시 승인 결재를 한 ‘대장동 몸통’이라고 판단했다.
● 공공이 가져갈 개발이익 민간에 몰아줘
검찰은 대장동 토지(5916억 원) 및 아파트 분양(3690억 원)을 통해 거둔 개발이익을 9606억 원이라고 봤다. 여기에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주무부서에서 적정 배당이익으로 검토한 70%를 적용할 경우 공공부문이 6725억 원을 가져갈 수 있음에도 이 대표의 지시로 확정이익 1830억 원만 가져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민간사업자들은 토지 분양 배당금으로 4054억 원, 아파트 분양 개발 독점 시행으로 3690억 원, 자산관리수수료(AMC) 140억 원 등 총 7886억 원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사가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1주’의 지분을 보유한 것과 성남시의 인허가권 등 행정권 발동의 기여도 등을 고려할 때 70%라는 객관적 수치가 도출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배임액수는 2021년 말 1차 수사팀이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적용한 배임액 651억 원의 7.5배에 달한다.
● 뇌물 약속 428억 원도 기재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수익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428억 원 뇌물 약속 혐의는 영장에 범죄사실로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신 범행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 넣어 향후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자산관리 등 4개 기업이 낸 133억5000만 원의 후원금은 제3자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농협은행,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이 낸 후원금에 대해서도 뇌물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추가 수사 중이다.
특히 네이버가 낸 40억 원에 대해선 이 대표가 뇌물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 중간에 기부단체를 통한 우회 후원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네이버는 당시 이 대표로부터 50억 원 후원금 내도록 강요받은 후 40억 원을 기부단체 ‘희망살림’에 기부했다. 희망살림은 이 중 39억 원을 성남FC에 후원금으로 냈다.
● “중대한 증거인멸 정황”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이유로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와 일치된 진술이 있고, 죄질이 나빠 중형이 예상되며, 인적 물적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연말연시에 정 전 실장 등 수감 중인 이 대표의 최측근을 특별 면회한 것을 두고 “중요한 증거인멸 정황으로 판단하고 영장 청구사유로 고려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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