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속 ‘고데기 학폭’ 실화였다…17년전 사건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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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1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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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 드라마만큼 잔인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는 ‘의식’까지

‘더 글로리’에서 고데기 학폭으로 인해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의 몸에 남은 화상 자국들/넷플릭스 캡처.
‘더 글로리’에서 고데기 학폭으로 인해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의 몸에 남은 화상 자국들/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이른바 ‘고대기 학폭’을 내용으로 다루면서 17년 전 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학교 폭력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고데기 학폭’은 2006년 5월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다. 당시 뉴시스는 ‘“친구들이 무서워요” 여중생의 절규’라는 제목의 기사를 비롯해 후속기사 10여 건을 보도했다.

드라마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고데기 온도를 체크한다”며 피해학생의 신체 곳곳을 고데기로 지지는 장면이 나온다. 고문과 다름 없는 이런 행위는 실제로 17년 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2006년 5월 29일 뉴시스가 보도한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 기사 캡쳐화면.
2006년 5월 29일 뉴시스가 보도한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 기사 캡쳐화면.
당시 피해학생은 중학교 3학년 A 양이었다. A 양은 한 달 가까이 3명의 친구들에게 고데기와 옷핀 등으로 폭행을 당해 팔·다리·허벅지·가슴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가해자들은 돈을 요구하고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집단구타를 하며 고데기로 팔을 지지기도 했다.

A 양은 꼬리뼈가 튀어나오고 심한 화상을 입어 청주시내의 한 병원에서 5~6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A 양은 “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가 진행됐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라며 “심지어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버리는 ‘의식’ 같은 형벌도 자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두 명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을 잡아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고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보도 직후 주범인 가해자 B 양은 구속됐다. 오랜 기간 학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학교와 교사들은 행정처분을 받았다.

범행 도구가 고열을 뿜어내는 미용도구였다는 점, 범죄가 장기간 잔혹하게 자행됐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잊혀졌던 이 사건은 ‘더 글로리’를 통해 다시 조명 받게 됐다. 다만 ‘고데기 고문’이라는 모티브 외에 구체적인 범행 장소, 피해자의 가족관계 등은 실제 사건과 드라마 내용이 다르다.

김은숙 작가가 극본을 쓰고 안길호 감독이 연출한 ‘더 글로리’는 현재 세계 20여개국 스트리밍 상위권에 올랐다. 시즌2는 오는 3월 공개될 예정이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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