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격’ 서훈, 구속 후 첫 조사…‘월북 판단·삭제지시’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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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5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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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최고 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구속 후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검찰로서는 안보실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실족’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이른바 ‘월북몰이’를 했는지, 서 전 실장이 부인하는 첩보 등 삭제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5일 오후 서 전 실장을 불러 안보실이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판단하게 된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첩보 삭제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2.2/뉴스1 ⓒ News1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2.2/뉴스1 ⓒ News1

◇실족 가능성 있는데 월북 판단…‘정치적 목적’ 있나

서 전 실장은 지난 2일부터 오후 8시5분쯤까지 역대 최장인 약 10시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3일 오전 4시55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실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사건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고 관계기관에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피격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에는 이씨의 ‘자진 월북’ 방침을 정하고 관계기관의 보도자료 등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도 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객관적 근거가 아니라 대북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목적으로 ‘월북몰이’를 자행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월북 판단 경위를 살피기 위해 지난 9월29일과 30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이씨가 탑승했던 ‘무궁화 10호’와 동급 선박인 ‘무궁화 5호’를 타고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현장검증도 진행했다.

검찰은 해상이 어둡고 조류가 빨랐을 것이라는 추정 등을 근거로 이씨의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월북이 아니라고 판단할 근거들은 확보했다”며 “몇몇 가능성이 있고 실족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서 전 실장 측은 “이씨의 실종 직후 실족, 극단적 선택, 월북 기도, 세 가지 상황을 상정할 수 있었다”면서 “북한수역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발견됐고 월북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돼 월북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이씨의 자진 월북을 판단한 경위에 대해 영장심사에서 치열하게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당사자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7/뉴스1 ⓒ News1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당사자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7/뉴스1 ⓒ News1

◇‘삭제 지시’ 부인하는 서훈…檢 “수사 더 필요”

서 전 실장이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첩보의 삭제를 지시했는지도 관건이다. 서 전 실장은 보안을 위해 첩보 배포선을 제한했을 뿐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 전 실장의 자료 삭제 지시 혐의는 좀 더 볼 부분이 있다”며 “남은 구속 기간 그 부분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서 전 실장 측은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기 위해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구속적부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서 전 실장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첩보 보고서 등 국정원 문건을 삭제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훈 전 실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않고, 삭제 지시도 없었다. 저 자신도 없었다”며 “검찰에 나가서도 진술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서해 피격 사건을 최종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밝힌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미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으로 청와대에 사건과 관련돼 보고된 문서를 파악하고 서 전 실장을 ‘최종 결정권자’로 판단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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