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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5000원 어치 기름도 못 넣어”…화물연대 파업에 시민들 ‘발 동동’

입력 2022-11-29 19:02업데이트 2022-11-2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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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휘발유 5000원어치만 넣으면 되는데 그것도 없다고 하네요. 빨리 배달 가야하는데….”

2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주유소에 도착한 오토바이 운전자 황병승 씨(58)는 ‘휘발유 품절’이란 안내판을 보더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신문을 배달하는 황 씨는 전날부터 신림동 일대 주유소 3~4곳을 전전했다고 했다. 황 씨는 “또 어디 주유소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무슨 문제인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씨가 헛걸음을 한 주유소에서는 30분 만에 8명의 운전자가 차를 돌렸다. 주유소 관계자는 “휘발유 공급이 며칠 째 안 돼 4만 리터 저장 탱크 2개가 모두 동났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여파는 국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이 집단수송거부에 나선지 엿새째에 접어들면서 재고가 떨어진 동네 주유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 주유소 중 재고가 바닥난 곳은 파업 전인 23일 5곳에서 이날 오후 5시 기준 24곳으로 늘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난 주말 재고 부족 관련 민원이 하루 5, 6건이었는데 어제(28일)부터 10건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차 탁송차량(카캐리어)을 운전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신차 인도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자동차회사는 직원들이 직접 ‘로드 탁송’에까지 나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고객들로서는 주행거리가 많게는 200㎞까지 찍힌 차를 받아들게 되니 “사자마자 중고차”라는 말까지 나온다. 로드탁송을 거부하면 차량 대기 순서가 맨 뒤로 밀리기에 계약 후 길게는 1년 이상 차를 기다려온 고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도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은 로드탁송 차량에 대해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2000㎞ 연장하기로 했다. 출고가 늦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고객 A 씨는 ”이래 저래 출고와 인도가 늦어지다 내년에나 차를 받으면 올해 말까지인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못 받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 했다.

아파트 공사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25일부터 5일째 레미콘 타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멈추면서 시멘트 운송에 차질이 생기고 레미콘 생산도 중단된 탓이다. 현장에서는 골조공사가 이미 진행된 곳에서 후속작업인 배선 작업이나 창호 시공 등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는 현장이 멈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둔촌주공 조합원 B 씨는 “안 그래도 입주가 1년 5개월이나 늦춰지면서 이주비 대출 부담이 큰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912개 건설현장 중 508개(56%)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의 11%(2만2000톤)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레미콘도 평소의 15%만 생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0시부터 29일까지 6일 간 산업계 출하 차질 금액이 1조6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무역협회에 이날 오전까지 접수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건수는 37개사 62건이었다. 이 중 원·부자재 반입 지연으로 인한 생산중단이 14건(22.6%)이나 됐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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