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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57억 비자금 혐의’ 신풍제약, ‘돈 세탁’에도 납품업체 끌어들였다

입력 2022-09-26 13:45업데이트 2022-09-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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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풍제약 측이 ‘을’의 위치에 있는 의약품 원료 납품업체를 비자금 조성 과정에 동원한 것도 모자라 돈 세탁에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동원된 원료 납품업체 대표가 생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풍제약 측은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의약품 납품업체 대표 A 씨에게 비자금 조성 목적으로 빼돌린 어음을 주며 “어음 가치에 상당하는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마련해 와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풍제약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업체를 운영하기 어려울 것을 우려한 A 씨는 신풍제약 측의 요구에 따라야 했다고 한다.

CD는 은행이 발행하는 정기예금증서로 무기명으로 발급되며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양도할 수 있다. 이 같은 CD의 특성 때문에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질 때면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종종 거론돼왔다. 신풍제약 측은 어음 형태로 조성된 비자금을 A 씨가 발급해 오는 CD로 대체하며 ‘현금화’와 ‘돈 세탁’을 동시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와 관련해 신풍제약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앞서 신풍제약 측은 A 씨의 업체를 동원해 의약품 원료 납품 단가를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A 씨에게는 실제 납품 원료에 상당하는 대금만 지불한 뒤 나머지는 빼돌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풍제약 측은 A 씨에게는 빼돌린 어음의 사본만 주고 원료 단가를 부풀려 늘어난 세금을 A 씨에게 보전해 주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이 250억 원대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수사를 통해 확인된 비자금 규모를 57억 원대로 특정하고 5월 말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과 2011년경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약품 원료 납품 단가를 부풀린 사실이 적발됐다. 하지만 신풍제약과의 거래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자신이 혼자 비자금을 조성한 것처럼 꾸며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숨겨야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A 씨는 거액의 추징금을 내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A 씨는 신풍제약 측의 비자금 조성을 돕는 과정에서 개인이 입은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했지만 결국 손해를 메우지 못하고 업체를 매각해야 했다. 이후 A 씨는 언론 보도 및 국민권익위원회 제보,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사건을 알리려 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2020년 말 사망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성상욱)은 8월 말 A 씨가 생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A 씨의 휴대전화에는 A 씨와 신풍제약 관계자들이 나눈 메시지 대화 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15일 신풍제약 본사와 임직원들의 사무실 및 주거지를 전방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을 추가 확인하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범위의 압수수색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들과 A 씨의 휴대전화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을 불러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박종민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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